우주는 언제 태어났을까? 아주 단순한 이 질문이 천문학계의 가장 큰 논쟁거리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125억∼150억년 전 빅뱅(Big Bang·대폭발)이 발생하면서 탄생했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우주의 나이는 올 2월 미항공우주국(NASA)이 주장한 137억년(오차범위 1% 내외).그러면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우주의 나이를 측정할까?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거리(허블의 법칙)를 이용해 추정하는 방법,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를 통해 추정하는 방법, 방사성 동위원소 반감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1929년 망원경으로 관찰한 자료를 분석해 모든 은하들이 우리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또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은하의 후퇴속도(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거리도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이를 '우주의 후퇴속도=허블 상수 갽 거리'라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정리했다)이다.
허블의 법칙은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오븐 속에 있는 건포도 케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오븐 속에서 부풀고 있는 건포도 케이크를 상상해 보자. 여기서 만약 한 건포도에서 다른 건포도를 관측할 수 있다면 정확히 후퇴속도와 거리는 정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팽창하는 우주를 영화로 만들어서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서로 멀어지던 은하들이 반대로 수축하는 우주 속에서 서로 가까워진다. 결국 우주의 모든 은하(물질)들이 한 점에 모이는 상황이 된다. 여기에서 오늘날 표준 우주 모델인 '빅뱅 우주론'이 탄생했다.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이 바로 우주의 시작인 셈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시작된 빅뱅의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우주 나이)은 우주의 팽창속도에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서울을 출발해 500㎞ 떨어진 부산에 도착하는 데 5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과 같다. 한 은하가 현재 우리에게서 후퇴하는 속도와 그 은하와의 거리를 알기 때문에 모든 은하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을 때(빅뱅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계산에 가장 핵심적인 수치가 '허블 상수'라고 불리는 우주의 팽창계수다. 1990년에 발사한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을 통해 구한 허블 상수 값(우주는 현재 320만광년 당 초속 63∼71㎞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을 바탕으로 한 우주 나이는 125억∼150억년.
또 다른 우주 나이 측정법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나이 많은 별들의 집합인 '구상성단(球狀星團·같은 시기에 태어난 10만∼100만개 별로 구성돼 있다)'의 나이를 계산해 이로부터 우주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다. 별의 나이가 우주 나이보다 더 많을 수 없다는 가정 아래 가장 오래된 별(구상성단)의 나이를 재면 우주 나이를 알 수 있다는 논리다. 구상성단의 나이를 잰 뒤 빅뱅 후 구상성단이 되기까지의 시간(2억∼20억년)을 더하면 우주 나이를 알 수 있다는 것.
별은 중심부에서 수소폭탄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뜨거운 기체 덩어리인데 시간이 지나면 중심부에 있는 수소가 핵융합반응 결과로 헬륨으로 바뀐다. 이로 인해 중심부는 줄어들고 바깥은 팽창해 붉은 색을 띠는 적색거성(赤色巨星)으로 바뀐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별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별의 질량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무거운 별일수록 핵융합반응이 더 빨리 일어나 빠르게 적색거성이 되고, 가벼운 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보다 질량이 10배 큰 별은 탄생 후 1,000만년 후에 적색 거성이 되지만 태양보다 질량이 3배인 별은 4억년 뒤에, 태양과 질량이 같은 별은 100억년이 지나야 적색 거성으로 변한다.
구상성단의 별들은 같은 때 태어났지만 각 별의 질량은 서로 다르다. 구상성단의 별 가운데 막 적색거성으로 변하고 있는 별들의 색깔과 밝기를 측정, 그 별들의 질량을 추정하고 그로부터 구상성단의 나이를 구한다. 이로써 우리 은하에서 가장 나이 많은 구상성단은 약 120억년 전에 생성됐으며, 우주 나이는 이 보다 많다는 것을 결론에 도달했다.
우주 나이를 측정하는 세 번째 방법은 지질학자가 암석 나이를 재는 것과 같은 원리인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두 방법보다 부정확한 게 단점. 이 방법으로 분석한 우주 나이는 50억∼150억년.
아직까지 천문학자들 사이에 우주 나이가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한 통일된 견해가 없다.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손영종 교수는 "원리와 측정법이 전혀 다른 세 가지 방법에서 우주 나이가 모두 100억년 안팎이라고 비슷하게 추정하고 있는 것에서 '창세(創世)'의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손영종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교수>도움말=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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