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과연 뭘까. 김운용(金雲龍·72)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방해논란이 확산되면서 그 진위에 시선이 쏠려있다. 김 위원이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5월부터. 그 이후 IOC 부위원장 선거가 있었던 4일까지 그의 언행과 주변의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진실게임의 실체에 어느 정도는 접근이 가능하다.김 위원은 5월22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사래까지 치면서 "(부위원장 출마)얘기가 1년 전부터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는 데, 절대로 안 나간다"고 딱 잘랐다. "위원장 선거에 까지 출마했는데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자리에 나서겠는가"라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지난달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부위원장 출마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부위원장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그는 "차기대회 유치를 위해 나섰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입장을 뒤집은 셈이다.
IOC 총회가 열린 체코 프라하로 떠나기 전인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은 석연찮은 발언들을 했다. "이겨야 되겠지만 평창 유치가 그렇게 쉽겠냐." "2등 하면 다져 놓은 것 있으니 4년 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었다. 또 "(프라하의) 길거리에서 음악회, 마라톤, 궐기대회를 한다고 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발관 하나 없는 곳(평창)과 모차르트의 향기가 배어있는 잘츠부르크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며 한술 더 떴다. "만일 22표가 나오면 20표는 내 표인 줄 알라"고 큰 소리치기도 했다.
김 위원과 프라하에 함께 머물렀던 유치위와 강원도 관계자들의 증언은 더욱 흥미롭다. 유치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치실패후 "김 위원이 적극적으로 도와 주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최근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김 위원과 불협화음)에 대해선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지만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유치위 대표단(200여명)사이에는 평창의 유치 실패는 김 위원 때문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파문은 옷로비사건 처럼 실체를 가리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가대사를 앞에 놓고 김 위원을 축으로 한 내홍이 극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씻기 힘든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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