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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카드빚 갚아주면 결혼해 드려요"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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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빚만 갚아주면 다른 것 안 따지고 결혼할 겁니다.'빼어난 외모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 L(27·여)씨. 그는 이같이 '탄탄한' 상품성을 무기로 최근 국내 유명 결혼정보회사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L씨가 결혼정보회사를 찾게 된 속사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매달 명품 구매와 치장으로 수백만원씩을 소비, 카드 빚이 무려 5,000여만원에 이르게 되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것. L씨는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거액의 카드 빚을 혼자서는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데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빚만 갚아준다면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고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과소비 등으로 카드 빚이 늘어나면서 빚을 갚아주는 남성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신랑으로 맞이하겠다는 미혼 여성들이 늘고 있다. A결혼정보업체에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이 최근 한 달에 50여명에 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급히 돈이 필요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결혼생활이 원만치 않을 경우 어떻게 하려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경기로 가족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명문대 출신의 회사원 K(26·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가 불경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부도 위기에 빠지며 괴로워하자, 어떻게든 부친의 사업을 살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K씨는 "아버지 회사에 현금을 지원해주고 같이 경영할 만한 재력이 있는 남성이라면 학력이나 나이, 재혼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B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B업체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로서는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회원등록 서류의 '이상형'란에는 '돈'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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