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한 잡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호가 '숙박 21'이었다.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살다살다 여러 21을 봤지만 '숙박21'은 처음이었다. 도서출판 '무진장'에서 펴내고 '숙박신문사'가 편집한 창간호의 표지는 다음과 같은 제목들로 잡지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부부에게도 러브호텔이 필요하다', '숙박업주, 공무원과 미성년자가 가장 무섭다', '우리는 모두 불륜을 꿈꾼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적법절차 거친 건축물에 대한 민원제기 옳기만 한가'라며 러브호텔 건축반대시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도 하다.'대부분의 숙박업소에는 몰래카메라가 없다'는 기사도 있는데 러브호텔 '업계의 이미지를 구기는' 몰카를 규탄한 뒤에는 몰카를 피하는 방법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일러준다(불을 끄는 게 가장 확실하단다). 전체적으로 이 잡지는 러브호텔 사용자와 업주라는,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층을 독자로 삼고 있어 논조가 약간 오락가락이다. 내 생각엔 그냥 숙박업소 업주를 주 독자층으로 특화하는 게 보는 우리로서도 덜 헷갈릴 것 같다. '러브'가 죄지 '호텔'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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