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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언론 탓" 공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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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언론 탓" 공방의 진실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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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한국 사회에선 한가지 우스꽝스러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말꼬리 잡기'이다. 노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표현 방식을 문제삼아 악착같이 곡해하여 부풀리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그런 빌미를 제공한 노 대통령의 어법을 비판하는 것도 타당하겠지만, 그런 바보같은 게임에 아주 진지하게 매달리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사람들의 꼬락서니가 더 한심하다.노 대통령의 '언론 탓'도 그런 게임의 대상이다. 내가 보기엔 노 대통령이 자신의 모든 과오들을 다 수구 신문 탓으로 돌리는 것 같진 않다. 자신의 과오도 인정하지만 수구 신문들의 의도적인 흠집내기가 해도 너무 한다는 불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구 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언론 탓'이 잘못됐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거의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으니 그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 정권이 처해 있는 어려움과 관련하여 '언론 탓'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온당할까?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의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책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윤 교수는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언론은 성공한 개혁을 실패로 인식하게 할 수도 있고 실패한 개혁을 성공으로 인식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혁을 보도할 때 정부개혁의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면 오히려 개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언론은 정부개혁이 얼마나 사람들의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우며 기업의 개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보도해야 한다. 개혁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점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 성공할 수 있는 개혁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 언론은 비판이 생명이기에 비판을 해야 하지만 정부개혁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파괴적인 비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점진적으로 실험을 통해 진행되는 개혁에 대해 언론이 비판적으로 나온다면 정부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것이다."

나는 윤 교수가 우려하는 이런 문제들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 교수가 상정한 언론 비판은 '악의적인 비판'은 아니다. 언론의 생명은 비판이라는 식의 별 생각 없는 비판을 가리킨 것이다. 그런데 지금 노 정권은 강력한 수구 신문들의 '악의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다.(그 증거는 곧 여러 권의 책으로 밝히겠다.)

수구 신문들만 문제인가? 그렇진 않다. 신문에게 "정권을 너무 물어 뜯는다"는 비판은 치명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신문 장사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정권의 홍위병이다"는 비판은 치명적일 수 있다. 장사도 망칠 수 있다. 이는 일부 유력지들이 '정권에 대한 악의적인 물어뜯기'를 시도하면 다른 신문들도 그 기류에 휘말려 들 수밖에 없다는 걸 시사한다.

이 모든 게 노 정권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체성을 과대평가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수구 신문들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노 정권의 '언론 탓'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바로 이게 문제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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