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욕을 해야 살 수 있다. 욕을 하는 것은 한풀이 행위이면서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신명내기도 된다. 자신이 욕을 먹으면 당연히 불쾌하지만, 사투리가 진한 푸짐한 욕설을 문학으로 읽다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되며 풍성한 모국어에 감사하게 된다. 요즘 10대 작가들의 인터넷소설이 인기가 높은 것도 10대가 사용하는 이모디콘과 함께 욕설이 많은 덕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욕이 잘 발달된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바카야로 칙쇼 밖에는 욕이 없는 일본사람들이 만든 안내책자에는 한국은 욕이 잘 발달된 나라라고 소개돼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망 덕분에 한국인들은 욕하기가 더 쉬워졌다. 얼굴없는 인터넷공간에서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욕이든 마음껏 할 수 있다. 아예 욕만 하고 가게 만든 욕설사이트도 생겼다. 사이트의 이름 자체가 시발(cibal.co.kr)이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김대리(kimdaeri.co.kr)사이트의 게시판 이름은 '니나 잘해'다. 운영자들은 인터넷 난지도라거나 인터넷 해우소(解憂所)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하고 싶은 욕을 이런 곳에 쏟아 붓거나 배설하면 인터넷세상이 오히려 깨끗해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욕설을 조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 청와대 홈페이지(president.go.kr)의 게시판도 욕설과 비방 때문에 몸살을 앓다가 삼진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주장을 되풀이 도배질하거나 욕설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이 세 번 이메일 경고를 받으면 1주일간 접속하지 못한다. 3회 경고가 세 차례 누적되면 한 달 동안 차단된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 참여했던 검사를 협박하는 글을 대검 인터넷 게시판에 10여 차례 올린 네티즌이 구속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감히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으로 욕설을 퍼붓는데도 접속 차단 정도의 제재를 받으니 좋은 세상이라고나 할까.
■ 정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익명 기고에 따른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22개 전 부처로 확대하고 민간분야에도 적용키로 했었다. 그러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막음조치라는 것이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불가능해지는 것도 문제다. 또 민간 게시판 실명제는 사실 성사되기 어려워 정부 게시판에만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마저 유명무실해 실명 확인을 받지 않아도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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