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제작한 세계적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의 유일한 한국인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디아블로2'에서 리드아티스트를 맡았던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이장욱(36)씨가 지난 달 '프리스트', '레드문' 등을 서비스하는 국내 온라인게임회사 제이씨엔터테인먼트에 이사로 부임한 것이다.리드아티스트는 그래픽 부문의 최고 책임자인 아트 디렉터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세계 최고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자부심과 블리자드가 제시한 미국 영주권,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한국에 온 그는 10여년 동안의 미국 생활 중에도 줄곧 귀국을 꿈꿔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정보통신부가 미국의 게임 산업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북미 투어를 할 때 블리자드, EA 등 유명 게임 회사를 소개하면서 한국 게임업계의 소식을 듣게 됐다. "그때 엔씨소프트나 웹젠, 한빛소프트 등은 물론 제이씨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죠. 나중에 한국에 와서 보니 제이씨가 저와 제일 잘 맞더군요." 여기에는 이미 성공한 회사보다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은 곳에 들어가 꿈을 이루어보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미국과 한국의 개발 환경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이사는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와 '비분업화한 스타일'을 미국 개발사의 독특한 경향으로 꼽았다. 게임은 기획에서 제품 발매까지 철저하게 프로젝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인력 낭비가 심하거나 발매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일정표를 짜고 주요 개발자가 병이 나면 대체 인력이 없어 일정이 밀리는 등 문제가 많다.
특히 한국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업무가 분업화한 데 비해, 미국에서는 누구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쪽으로 경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원화만 담당한다면 원화를 끝내고 나서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업화가 사라진 거죠." 당장은 아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이런 선진 노하우를 조금씩 적용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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