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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청와대, 과거 회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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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청와대, 과거 회귀 안된다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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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동적인 행정수반을 두 분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현 대통령일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대통령직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직접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경부고속도로의 주요 구간을 메모지에 그려 넣는가 하면, 손수 '새마을운동가'를 작사 작곡하기도 했다. 역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대통령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도 공무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가 하면,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무시했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국정과제 회의나 워크숍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공개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정관리 스타일에서 두 대통령의 유사점은 여기에서 끝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폐쇄적이고 하향적(top-down)이며 중앙집권적인 방식을 통해 국정을 관리했다. 극도로 통합적이고 위계주의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미덥지 못해 청와대에 영역별로 10여 개에 이르는 장(차)관급 수석비서관실을 두어 세세한 면에 이르기까지 관료기구들을 지휘 통제했다.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국정관리 시스템은 본래 참모조직을 크게 활용하는 그의 군 경력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흥미롭게도, 역시 국정운영에서 강권을 행사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는 단지 소수의 개인 비서관 중심으로 운영됐다.

여하튼 이처럼 철저하게 하향식으로 집권화한 국정관리 시스템은 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가주도의 산업화 정책과 더불어 이른바 '박정희 모델'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된다. 박정희 모델, 그 중에서도 특히 영역별 수석비서관 제도를 토대로 한 청와대 중심의 국정관리 시스템은 전두환 노태우 정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쳐 지속되었다.

40년에 걸쳐 제도화한 국정관리 시스템에 처음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 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조직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라는 별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개방적이고 상향적이며 분권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의 구현을 표방해 왔다.

'2실장 5수석 6보좌관' 체제의 청와대는 정책과 정무의 기능적 분리를 통해 국가정책이 미시적인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영역별 수석비서실을 없애고 정책실장 밑에 국정과제별 태스크 포스팀을 두어 운영하는 것은 과거 청와대 비서실이 사실상의 '내부내각(inner cabinet)'으로 행세했던 것을 방지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청와대 비서실이 지난 몇 달간 운영해 본 결과 적지 않은 결함이 있다는 것이 요즈음 언론에서 대체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다.

미국의 백악관 체제와 유사한 현 청와대 비서실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주로 사람의 문제이거나 오래된 관행을 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운영상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다만, 미국처럼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국정을 이끌어가기에는 우리나라의 장관 수가 너무 많다고 하는 구조적 문제도 없지는 않다. 20여개에 달하는 기존의 중앙행정기관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이른바 '통솔범위(span of control)'의 원리상 부득이 청와대 비서실의 중간 조정역할이 얼마간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역별 수석비서관을 두어 부처 위에 군림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할 필요는 없다. 현 청와대의 부서간 분업체계를 재검토하면서 약간의 손질을 하되, 부서간에 긴밀한 정책조정이 가능하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된다. 이를 위해 정무와 정책을 나누어 맡고 있는 양 실장의 좀더 적극적인 정책조정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 용 덕 서울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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