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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디지털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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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디지털 청춘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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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숙녀의 생일만 기억한다" 공식석상에서 어떤 여성을 소개하던 남성이 한 말이다. 나이에 대한 여성의 민감함과 함께 자신의 신사스러움을 슬쩍 과시한 재치가 돋보였다. 하지만 요즘 여성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이로부터 자유롭다는걸 아시는지.4억9,000만원을 들였다는 42세 데미무어의 몸매는 정말 끝내줬다. 마흔 넘은 여배우의 매력으로는 이미숙도 막상막하다. 나이가 무색한 젊음과 아름다움은 여배우들의 독점물이 아니다. 올해 꼭 환갑이 된 주변 선배들의 발랄함은 종종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

16년전 친정어머니 환감때 모습은 어린 시절에 뵜던 할머니의 환갑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요즘 선배들 모습과는 비교 불능이다.할머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호칭인 건 둘째치고 자식들의 결혼이 늦어져 손자손녀를 아직 못 본 경우도 많다. 선배들을 보면 이젠 여성들이 굳이 나이 밝히길 거부할 것도 없다 싶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이가 엿보이는 구석들이 생긴다. 바로 이메일 아이디다. 자기 이름 이니셜, 혹은 거기에 이상한 숫자들이 붙어있으면 그건 무조건 40대 이상이다. 30대도 종종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20대만 내려가도 무미건조한 아이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게 10대로 내려가면 이건 거의 엽기 수준이다.

언제부터인가, 신문 기사 말미 혹은 방송뉴스 리포트때 화면 하단에 붙는 기자 아이디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아이디의 독특함과 나이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분명했다. kkokkiri라는 한 방송기자와 newslady라는 한 여기자의 아이디는 내가 손꼽는 걸작 중 하나이다.

이메일 답신을 보내는 방법도 나이를 눈치챌 수 있는 좋은 힌트다. 선배 한분을 답신을 한사코 내가 보낸 메일 뒷부분(앞부분이 아니라)에 붙여 보내 날 놀라게 한다. 또 다른 선배는 새 매일을 보낼 때에도 꼭 내가 보낸 메일을 찾아 거기에 답신처럼 붙여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선배 주소록 만드세요!)

핸드폰 사용에 이르면 이건 거의 세대차 전시장이다. 얼마 전 친정어머니께 핸드폰을 선물한 친구는 엄마가 통화 버튼과 종료 버튼을 혼동하시는 바람에 미칠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문자메시지 보내는 건 물론, 받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40대도 많다. 아이들과 문자 주고받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한사코 아날로그로 남겠다는 철학이 아니라면 디지털에 재빨리 적응할 일이다. 외모가 아니라 속이 젊어지고 싶다면 말이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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