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계개편 논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나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은 '당정 분리'라는 보호막 속에서 관망하고 있지만 민주당 밖에서 개혁신당이 실제로 출현했을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당장 노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유지할지 여부가 관심이다.우선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과 개혁신당을 동일시하고 있는 현실인식에서 노 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이 현실화하는 것 자체를 청와대가 그리고 있다는 '큰 그림'의 일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신당 논의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면 한나라당 의원의 탈당이 실행에 옮겨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예정된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수순이 시작된 것 같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당 신주류가 민주당을 포기하고 개혁신당 창당에 나섰는데도 노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신당 당적을 취득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않은 만큼 아마도 무소속 대통령으로 남게 될 공산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현재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탈당 이전에 신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적극적 언행을 해야 할지 여부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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