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관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어쑤, 조흐타'고 어설픈 추임새를 붙이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지요."조통달 명창은 지난해 파리 가을축제 참가 당시의 판소리 공연을 회상했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인연으로 우리 판소리가 이번에는 권위 있는 페스티벌에 당당히 개런티를 받고 불려간다. 안숙선, 김일구, 조통달, 김영자, 김수연 등 한국의 대표 명창 5명은 8∼27일 열리는 미국 뉴욕의 2003년 링컨센터 페스티벌에서 16∼20일 각각 춘향가, 적벽가, 수궁가, 심청가, 흥보가 등 판소리 5마당을 잇따라 완창할 예정이다. 이어 8월14∼18일에는 규모로는 세계 1위인 영국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내용의 무대를 갖는다.
에딘버러 축제 50여년 역사상 한국의 공연예술단체가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경비를 부담하면서도 공식 초청 무대가 아닌 외곽의 '프린지' 공연에 만족해야 했던 데 비해 판소리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 김일구 명창은 "판소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소리"라며 "서양으로 치자면 모노드라마인데 소리와 몸짓만으로 표현한다는 게 세계적 관심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1988년 7개국 11개 도시에서 춘향가 완창 공연을 가진 안숙선 명창도 "당시에는 판소리를 알리는 데 급급했다"고 회고했다.
세심한 번역의 자막도 성공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파리 공연 때부터 병풍 위에 영사하는 자막 내용을 예전처럼 장면 설명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공들여 현지 정서에 맞게 의역해 주니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웃고, 슬픈 장면에서는 우는 등 관객의 호응이 가능했다.
링컨센터 페스티벌의 경우 이들이 받는 개런티는 1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 요요마도 이 페스티벌의 개런티는 5,000 달러 정도라고 한다. 뉴욕 공연은 610석 규모의 맨해튼 존 제이 대학극장에서, 에딘버러 공연은 300석 규모의 라이드 콘서트홀에서 각각 열린다. 입장권은 40달러, 40유로를 각각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판소리는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 명창은 "외국관객은 기립박수를 치고 사인을 요청하는 등 국내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연 명창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판소리를 부담스러워 한다. 열심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이번 공연 후 10월에 판소리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글·사진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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