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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석유재벌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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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석유재벌 길들이기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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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이 호도르코프스키 길들이기를 시작했다."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0·사진) 회장의 측근들이 잇달아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되는 배경에 대해 현지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이 흘리는 말이다.

2일 유코스의 두번째 최대 주주인 플라톤 레베데프가 횡령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알렉세이 피추긴 보안담당 이사와 한 자회사의 이사가 각각 살인과 횡령 혐의로 수배됐다.

급기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 본인도 3일 레베데프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이날 영국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검찰의 불법 수사에 대해 항의하겠다"고 반발했다.

러 일간 코메르산트는 "올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호도르코프스키의 정치적 야망을 꺾기 위해 발신한 엄중 경고"라고 보도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최근 진보 색채의 야당인 야블로코당, SPS당 및 지역 언론사들에 재정 지원을 하고, 정치 엘리트 육성을 위해 모스크바 국립인문대학교에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올리가르흐(러시아 재벌)의 정치 참여를 저지해 온 푸틴에게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호도르코프스키는 그동안 정치에 관심 없는 모범적인 기업인의 이미지로 위장해 푸틴의 견제를 피해 왔다. 이제는 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넘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청렴한 이미지로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4월 경쟁업체인 시브네프트와의 합병을 통해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석유기업을 이끄는 거물로 부상해 푸틴이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게 됐다는 평가이다. 유코스 스캔들이 크게 보도된 3일 러시아 주가지수인 RTS지수가 2%나 떨어져 그의 영향력을 방증했다.

권력 집중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푸틴이 호도르코프스키 길들이기에 성공해 정치적 야망을 품은 재벌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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