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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005 수능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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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005 수능이 걱정된다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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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 등이 기대나 희망을 표시하기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처럼 새 제도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2005 수능이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별한 이득도 없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기대와 희망보다 걱정과 부담을 더 많이 주는 제도라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2005 수능 계획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기초학력의 저하를 촉진시킬 것이다. 2005 수능은 인문계든 실업계든 모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필수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출제 범위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공통필수' 부분이 아닌, 고교 2학년과 3학년에 해당하는 심화선택과목 중심으로 되어 있어, 공통필수 부분에 대한 교육 부실과 기초학력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과소규모 학교의 붕괴 가속화가 우려된다. 과소규모 학교는 많은 교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 진로, 필요, 흥미 등을 고려하여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과목들이 개설되지 않는다. 결국 다양한 과목 개설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과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이 대규모 학교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셋째,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공교육 체제에서는 심화선택과목들에 대한 성공적인 교수·학습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의 수준이나 소질과 특성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현 상황에서 특정 심화선택과목을 제대로 준비하고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넷째, 학생들의 학습 부담 증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중심이 아니라 심화선택과목 중심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수능 공부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게 뻔하다.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화선택과목 중심으로 공부해야 하고, 고교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선택과목 중심으로 공부하는 게 유리하다. 학생들은 대입전형을 위해 수능과 내신 성적 모두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학습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시험 관리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2005 수능 계획안에 따르면 출제 과목이 51개에 이른다. 과목당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5명이라고 해도 도합 510명이나 되고, 여기에 진행요원과 관리요원을 합하면 적어도 550명이 된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약 한달간 감금 상태에서 시험을 출제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시험지를 인쇄하거나 시험을 시행·채점하고 성적을 보고하는 작업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가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공통필수 내용이자 동시에 모든 대학에서 공통으로 요구하는 자료라고 할 수도 있는 일반학업적성검사나 기초학력검사 만을 시행하고, 나머지는 고등학교나 개별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위임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고등학교나 대학의 자율성도 강화되고 우리 교육의 다양화·전문화·특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선택시험이 꼭 필요하다면 기초학력검사 성적이나 내신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 순 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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