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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송금 첫 공판/"말 한마디" 뉘앙스 놓고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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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송금 첫 공판/"말 한마디" 뉘앙스 놓고도 신경전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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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법정 공방은 첫 공판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특검법 상 3개월 안에 1심을 마쳐야 하는 촉박함과 사안의 중대함 때문에 공판은 처음부터 바로 대북송금 본안의 핵심으로 진입해 '말 한마디'의 의미와 뉘앙스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4일 오후 3시 정각 공판이 개시된 후, 재판부의 인정신문(피고인 확인절차)에 이어 특검의 주심문과 변호인단의 반대심문이 이어지면서 긴장은 높아 갔다. 먼저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변호인이 특검 주심문에 앞서 발언 기회를 요청, "이 사건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에 따라 남북통일의 염원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라며 '통치행위론'을 들고 나왔다.

처음에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는 듯 했던 피고인들도 재판이 4,000억원 대출과 대북송금간 연관성, 5억 달러 송금의 인지 여부 등 핵심으로 다가가자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부가 송금키로 한 1억 달러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법정은 술렁이기도 했다. 그는 "정몽헌 회장에게 1억 달러 대납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특검측 질문에 "정 회장이 현대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동문서답'으로 핵심을 피해가다 나중에야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전 실장에 대한 정 회장의 자금지원 요청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세히는 몰랐다"고 말했다가 재판부가 "무슨 말이냐. 그렇다면 무엇을 알고 있었단 것이냐"고 추궁하는 바람에 진땀을 뺐고, "4억5,000만 달러가 북에 송금된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서야 위기를 넘겼다.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도 "현대 유동성 위기 해소용 대출이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추궁에 "현대가 북한에 꼭 지급할 돈이었다면 그것도 유동성 위기의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 전 기조실장은 "피고인 중 유일한 실무자이니 특검이 공소유지를 재고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하면서도 "만약 북으로 송금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환전과 송금을 했겠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상명하복의 직업상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우직하게' 답했다.

한편 이날 박 전 실장 등 구속 기소된 피고인 3명은 오후 1시30분께 법원에 도착해 오후3시 재판 개정을 기다렸으며,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불구속 기소된 5명의 피고인은 3시간 20여분 동안 진행된 공판이 끝나고 법원을 나설 때까지 시종일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공판은 21일 오후 2시.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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