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취임 직후 가장 의욕을 보인 정책은 '법인세 인하'였다.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설비투자 부진'이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결국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외부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속에서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실업자가 더욱 늘고 성장잠재력도 약화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그로부터 세 달이 흐른 지금, 법인세 인하는 조세정책 담당자 누구도 언급을 꺼리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조세형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이정우(李廷雨)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해는 법인세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연내 법개정, 2∼3년 후 시행'이라는 정부의 수정안마저 실종되는 분위기이다.
최근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 카드가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작용 없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투자증대 뿐이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정에도 없던 특소세 인하를 추진하면서도,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세수부족' 타령만 하고 있다. 상층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확인한 이상, 왜 나서서 욕 얻어 먹을 짓을 하겠느냐는 분위기다.
지금 시점에서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법인세 인하의 효과와 문제점이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걸러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경기조절 수단의 하나인 법인세 인하문제가 청와대 말 한마디에 묻혀버리는 풍토가 안타깝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대우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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