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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씨 "대가성" 진술 거부/ "외교·남북관계 특수성 고려해서 말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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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씨 "대가성" 진술 거부/ "외교·남북관계 특수성 고려해서 말못해"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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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북한에 지급키로 한 1억달러의 정책지원금은 당초 이기호(李起浩)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담해 마련키로 했으나 이 전 수석은 준비가 여의치 않자 현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대신 금융지원을 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A3면4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북 비밀송금 사건 1차 공판에서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전체 송금액 4억5,000만 달러 중 정부 부담의 1억달러 정책지원금은 이 전 수석이 주도해 마련키로 한 것 아니냐"고 이 전 수석을 추궁했다. 또 "1억달러 재원 마련이 어렵자 현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대신 현대상선 등에 불법 금융지원을 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수석은 그러나 "1억달러 재원 마련을 떠맡은 사실이 없으며, 2000년 5월 중순에야 현대가 대납키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00년 5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1억달러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실장은 특히 "2000년 4월8일 정상회담 예비접촉에서 1억달러는 정부에서, 4억달러는 현대에서 지원키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외교관계 및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등 1억달러와 정상회담 대가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공판에서 정 회장 등 나머지 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공소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특검팀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대북 송금의 위법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2000년 5월 초순 박지원 장관, 이기호 경제수석 등과 함께 대통령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5억달러 대북송금의 실정법상 문제점을 보고했다"며 "대통령은 '실정법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현대의 사업을 장기적으로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또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등으로부터 현대건설이 1억5,0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1억달러는 이란 현장 공사비로, 5,000만달러는 국내현장 공사비로 분식회계 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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