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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리뷰/사이버머니 6,270경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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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리뷰/사이버머니 6,270경 해킹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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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6,270경(京)원의 사이버머니 해킹사건을 해결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례적으로 숫자 단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를 배포했다. 1조의 1만배로 일반인에게 생소할 정도로 큰 경(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양근원 사이버계장은 "인터넷 도박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경보다 큰 해(垓·1경의 1만배)나 재(載), 극(極), 항하사(恒河沙) 같은 초거대 단위의 사건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해킹사건의 주범은 20대 초반의 컴퓨터 전문가 최모(22·K대 학생)씨. 고교시절부터 최씨는 게임사이트 등에 주로 사용되는 '윈도 NT계열' 사이트를 해킹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고교 졸업 후 본격적인 해커로 나선 최씨는 지난해 3월 사이버머니를 통째로 털 계획을 세우고 평소 취약점을 눈여겨 봐왔던 A통신의 게임서버에 침입했다.

손쉽게 126대의 게임서버를 장악한 뒤 서버의 사이버머니 생성 프로그램을 변경한 다음 별도로 챙겨 놓은 80여개의 ID에 사이버머니를 쌓아갔다. 하나의 ID에 너무 많이 몰리면 바로 포착되기 때문에 최대 5경원을 넘지 않도록 1년에 걸쳐 서서히 적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사이버머니를 판매한 방법은 더욱 용의주도했다. 게임사이트에서 만난 채모(40·구속)씨가 주로 판매를 맡았는데 채씨는 게임을 통해 '수혈'해 주는 방식으로 사이버머니를 중간상들에 넘겼다. 구입을 희망하는 도매상과 함께 게임사이트에 들어가 인터넷 포커게임을 벌이면서 몇 경까지 최대한 '사이버 판돈'을 키운 뒤 마지막에 기권하는 식으로 사이버머니를 넘겨주고 현금을 받아낸 것이다.

이들이 1년간 해킹한 3,270경의 사이버머니를 팔아 챙긴 돈은 15억원. 최씨는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7억여원으로 최첨단 설비를 갖춘 인터넷 보안컨설팅회사까지 차렸다.

또 백화점에서 수백만원씩의 쇼핑을 하고 한정식 집에서 한끼에 수백만원이나 하는 식사를 하는 식으로 호기를 부리기도했다. 수사 관계자는 "손쉽게 번 돈이었기 때문에 낭비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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