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체체 출범과 함께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잠복해 있던 개헌논쟁에 불을 지핀 사람은 최 대표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와 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06년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내각제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종식되지 않는 한 내각제는 시기상조이며, 내년 17대 총선 이듬해인 2005년께 차기 대권 주자들이 나와 목소리가 커지면 내각제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각제 주창론자로 알려진 최 대표가 시기상조론을 표명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민정계 의원과 중진들의 내각제 선호기류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당내 소장 개혁파들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면서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최 대표가 다시 내각제 개헌론을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은 4일 "최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개헌이 불투명해진다"면서 "개헌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이 대행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주기를 한꺼번에 치르도록 일괄 정리해야 하며 정부형태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정·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반(半) 대통령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총무 당선 직후 '대규모 구상' '비상 구상' 등의 말을 쏟아내며 "1차로 9월 정기국회 전까지, 2차로 정기국회 중반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부담이 많은 대통령 탄핵 대신 내각제 개헌 추진을 통해 탄핵의 효과를 거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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