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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참여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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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참여 자본주의

입력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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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켈리 등 지음·장현준 옮김 미래 M&B 발행·1만8,000원노무현 정부는 '참여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 사회 등의 분야에서는 '참여'의 의미를 알 것 같은데, 경제에서는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참여 경제'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이 책의 원제는 'Stakeholder Capitalism'이다. 보통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로 번역해 쓰고 있다. 미국의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업이 주주의 이익보다는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독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됨에 따라 주주 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옮긴이는 'Stakeholder Capitalism'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 대상으로 했던 데서 훨씬 범위가 넓어져 이제는 경제운영의 기본 패러다임을 위한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참여 경제'라고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참여 자본주의는 화두를 평등에서 참여로 바꾼다. 참여란 회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인데 회원에게는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부여된다. 경제 참여도 정치·사회와 마찬가지로 권리에 의무가 따른다.

참여 자본주의란 이런 원칙을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적용하고, 그러기 위해 완전 자유방임경제에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자는 경제 원리다. 즉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주주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노동조합, 시민조직, 지역사회 등 이해 당사자의 자율적 참여와 합의를 주장한다.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패자나 약자도 포용하며, 이들 역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포용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참여 자본주의론은 좌우 양쪽에서 많은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노조에게는 시장경제의 한 회원으로서 파트너라는 의무를 자각하라고 요구하고, 기업에게는 이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적당한 타협인 것처럼 보이지만, 참여란 사회 구성원을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토론의 대상이 됐고, 논란을 불렀다.

이 책은 1996년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열린 '참여 자본주의― 맹목적 주장인가, 최상의 희망인가'라는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은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 정부의 집권 전후에 걸쳐 벌어진 논쟁을 정리한 것이어서 영국 경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참여 경제가 참여 정부의 참여 경제와 어느 정도 부합할지는 모르지만, 참여의 폭과 정도를 둘러싸고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앞선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의 말대로 현실을 무시한 참여는 천박한 대중주의로 흐르기 쉽고,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참여를 가장한 파시즘이나 사회주의의 모습을 띠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서 내세운 새로운 경제철학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것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우리도 이제 참여 정부의 참여 경제에 대해 본격적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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