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은 강간을 여가 활동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30여년 동안 영국군에게서 상습적으로 집단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케냐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증언이다. 영국군 훈련기지가 있는 동부 이시올로 지방의 마사이족 출신인 이들은 영국 정부가 자국군의 만행을 잘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다고 절규했다.
BBC방송과 가디언지 등 영국 언론들은 2일 영국의 거물급 변호사인 마틴 데이의 도움으로 영국의 부끄러운 과거가 밝혀지고, 피해 여성들이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6개월 전 우연히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한 뒤 현지조사를 벌인 끝에 최근 피해자들을 대리해 영국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여성은 650여명. 이 중 40여명이 70년대 이후 백인 혼혈아를 출산했고, 100여명이 경찰과 병원에서 발급한 강간 관련 진단서를 갖고 있다. 데이 변호사는 영국군 사령관들이 1977년 처음으로 집단 강간사건 신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서류와 83년 10월 영국군이 케냐 정부의 항의를 받고 시정을 약속한 기록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데이 변호사는 "워낙 오래된 일이라 강간을 저지른 영국군을 일일이 찾아내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국방부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지는 피해 보상 액수가 최소 수백만 파운드(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 변호사는 "일부에서는 여성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케냐 사회에서 여성이 강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은 물론 부족으로부터 철저히 매장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잉그램 영국 육군장관은 2일 "지금으로선 헌병대가 몇 가지 유사 사건을 조사 중이라는 것밖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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