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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서울 프로구단" 명분타령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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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서울 프로구단" 명분타령 그만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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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프로축구단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달 말까지 시민단체와 연예계 등 각계 인사 100명으로 '서울 프로축구팀 창단촉구위원회'(가칭)를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로 올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안도 추진중이다.다음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에 맞춰 '서울시민 100만명 서명운동'과 함께 서울팀 창단 촉구 선포식도 열릴 예정이어서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서울에 프로축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축구계의 해묵은 숙원이다. 서울은 우선 관중 동원면에서 다른 도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프로구단을 보유한 수도권의 성남과 수원 안양 부천을 모두 합쳐도 서울이 지닌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유야 어떻든 유럽과 남미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프로축구단 없는 '수도'는 찾아볼 수 없고 뒤집어 말하면 서울은 국제 축구사회에 '미스터리'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나는 공청회와 TV토론 등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감대 형성 등 명분 쌓기에 그친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고 명분도 대부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4강 신화에 들떠 있던 지난해 이맘때엔 '서울에 프로축구단이 없는 건 국가적 수치'라는 분위기가 감돌 만큼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문제는 1년 동안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확실한 비전과 함께 사명감과 강한 추진력을 앞세워 창단 업무를 이끌어나갈 주체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위성과 명분도 중요하지만 창단의 걸림돌인 '창단준비금 250억원'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인 서울시 등이 나서지 않는 한 해법을 찾기 힘들다. 국민은행 등이 한때 창단을 검토했다가 흐지부지 된 것도 서울월드컵경기장 건립 분담금 250억원 처리 문제에 막혔기 때문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법이다. 수도 서울에 선뜻 250억원을 내놓을 기업이 없다면 시민 구단으로라도 만들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 실속 없는 명분 타령과 돈 타령은 이제 그칠 때가 됐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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