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는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네덜란드식 노사정 모델을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관련기사 B1면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럽기업인 모임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신임 회장단은 3일 정부가 네덜란드 등 유럽식 노사관계를 참여정부가 추진할 모델로 제시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파업노동자가 현재 한국의 이미지
마르코스 고메즈 EUCCK회장(바이엘코리아 사장)은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원활한 의사소통에서 시작되며, 이는 상호신뢰 위에서 형성된다"며 "유럽이 오랜 역사를 통해 이질적 집단간에 대화와 타협을 이루는 경험을 축적해 온 것에 비해, 한국은 노사 모두 공유해야 할 목표를 찾기 보다는 상대방의 문제점만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메즈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1면에 실린 한국의 총파업 집회 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 사진에 등장하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가 현재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라고도 했다.
한국에서 20년이 넘게 살아온 죠셉 데이 부회장(투자컨설팅사 MES 대표)은 "한국은 어떤 문제에 당면하면 필요한 새 시스템을 찾아내고 이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한계에 봉착한 노사관계를 바꿀 새 시스템을 찾아낸 것 같은데,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이 부회장은 "한국은 지난 정부 때부터 네덜란드의 노사정 시스템을 도입해 왔기 때문에 노사정이 같은 비율로 참석하는 위원회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화 등 이미 네덜란드와는 제도면에서 유사점이 많다"고 지적한 후 "그러나 네덜란드가 다인종·다민족이 어울려 기업을 꾸리는 경험을 오래 쌓아온 반면 한국은 동질적 문화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노사정 간의 타협을 이루기가 쉽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현재 네덜란드에서도 기존 노사정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책임 물어 영국병 해결
데이 부회장은 또 "현재 한국의 노사분규는 1970년대 영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이 같은 난제를 풀기위해 영국 정부는 '용납될 수 없는 불법행위를 한 노조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견지했으며, 이 한가지 원칙 만으로도 영국은 '유럽의 문제아'에서 노사관계 모범국가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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