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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회계감사 분식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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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회계감사 분식 부른다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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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 회계법인들의 고질병인 '부실감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는 3일 "현대건설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이 1998년과 99년에 최소한의 기본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부실투성이의 감사를 했다"며 금융감독위원회에 삼일에 대한 특별감리 요청서를 제출했다.현대건설 감사는 '부실투성이'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일의 현대건설 감사는) 아예 감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실회계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삼일의 현대건설 감사조서(98년)에 따르면 삼일은 우선 공사수익, 공사현장별 도급금액, 실행예산, 누적공사원가 등 건설업 회계처리감사의 ABC라고 할만한 기본자료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일부 자료는 의도적으로 파기한 흔적도 드러났다. 이미 부도가 난 거래처에 대한 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건설업 회계관행 상 3년 이상 장기채권의 대손 추정률이 100%인데도 10년이 넘은 채권을 10%로 잡았다.

삼일은 이외에도 현대건설 해외지점의 차입금과 관련, 모두 139개 해외은행으로부터 채무잔액조회서를 입수해 감사조서에 첨부했으나 감사절차상 유효한 조회서는 14개에 불과했고, 125개의 서류는 은행 직인이 없거나 피감기업(현대건설)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들로 드러났다. 또 재고자산의 기말가액이 7,473억9,400만원에 달하지만 재고실사는 0.01%에 불과한 1,800만원만 이뤄지는 등 재고자산의 실사절차도 허술했던 것으로 지적됐다.당시의 부실감사 때문에 현대건설은 2년 뒤인 2000년 유동성 위기와 함께 2조원 대의 대규모 특별손실(우발손실)을 내며 부도위기를 맞게 됐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일측은 "당시 감사는 적법한 회계기준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현재 민사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참여연대가 재판에 영향을 주는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과 피감기업은 공생관계

한 회계법인이 특정기업에 대해 장기간 감사를 맡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다 보니 회계감사는 '짜고 치는' 형식적 절차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삼일은 현대건설에 대해 84년부터 2000년까지 17년 연속으로 감사를 수행했고 영화(SK글로벌과 9년), 안건(동아건설과 11년), 산동(대우와 17년), 청운(기아와 13년) 등 주요 회계법인들도 피감기업과 오랜 유착관계를 이어오다 각종 분식회계 사태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이 '기업의 감시자'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회계제도 개혁안 중 외부감사인 의무교체(6년)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교수)은 "국내에선 회계법인의 조직감리를 민간 자율 조직인 공인회계사회에 일임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전경련에게 삼성을 감시하라고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증권선물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회계법인의 감독을 맡아 보다 강력하게 회계 투명성을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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