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崔鍾璨·사진) 건설교통부 장관이 건설업체 회장인 장인으로부터 매달 200만원씩 받아 판공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최 장관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인인 임광수(林光洙) 임광토건 회장으로부터 매달 200만원을 지원받아 비서실에 넘겨줘 판공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장인이 공직에 있는 동안 다른 업체로부터 검은 돈을 받지 말고 원칙대로 일하라는 의미로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최 장관의 장인이 건설업체의 회장이라는 점. 장관 월급과 판공비가 얼마나 부족하길래 장인에게까지 손을 벌리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는 반면, 아무리 장인이라 해도 건교부 장관이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부처 장관이 받는 월급은 658만원으로 연 7,900만원 정도. 연봉제라서 보너스는 없다. 또 봉급외에도 매월 1,000만원 정도 판공비를 사용할 수 있으며, 부족할 경우 실·국별로 배정된 업무추진비를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에 판공비가 연 1억∼2억원 정도 된다. 고 건 총리가 월 7,000여만원, 이명박(李明博) 서울 시장이 월 3,600여만원씩 판공비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관료사회에서도 장관이 각종 간담회 비용, 격려금, 경조사비, 외국손님 접대 등에 쓰기에는 월 1,000만∼1,600만원 정도의 판공비로는 빠듯하다고 보고 있다. 30여명 되는 손님들과 3만원짜리 식사를 해도 한 달에 20회도 못 치르기 때문이다. 실제 건교부 관계자는 "1,000만원에 이르는 장관 판공비로는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최 장관이 받은 지원금을 각종 경조사 비용으로 써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처 관계자들은 최 장관이 특혜를 줬으면 몰라도 장인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 경제 부처 한 고위관계자는 "공직사회에서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성공하려면, 부모를 잘 만나거나 장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어차피 특혜를 주려고 마음 먹었다면 용돈과 상관없이 해줬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임광토건은 경기 시화매립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 건교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최 장관은 이날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재임 중 골프장 건설 허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최 장관이 생활형편이 극히 어려운 처지도 아닌 마당에 굳이 건설업체 회장인 장인에게서 돈을 받은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많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 장관의 처사는 아무리 장인과 사위 관계라 할지라도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