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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앤 로이어 / 한국의 소송판도] <13> 증권소송 (상) 임의·일임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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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앤 로이어 / 한국의 소송판도] <13> 증권소송 (상) 임의·일임매매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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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시장의 하루 평균 주식거래량은 무려 5억487만주, 거래대금도 하루 2조원을 넘는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덩달아 증시의 몸집도 불어나면서 증권거래 관련 분쟁도 빈번해졌다. 증권 투자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법률적으로 보호받기도 쉽지 않다. 증권 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법전에 적혀있는 증권거래법 등 증권 관계법의 주요한 목적은 '투자자의 보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힘이 있는 '증권사' 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다음은 일반적인 증권소송 케이스.'A씨가 B증권사에 1억원을 예탁했다. 그런데 증권사 직원이 A씨의 매도· 매수 주문 없이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계속했고(임의매매) 결국 큰 손해를 봤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씨가 펄펄 뛰며 증권사에 항의하자 객장 직원 C씨는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몇 %의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하며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고 A씨는 이를 승낙했다. 그러나 A씨는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자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C씨가 "원금보장 약속을 한적이 없다"고 우기면서 소송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처음에 문제가 된 '임의거래'는 증권거래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불법 행위인 만큼 증권사는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투자자는 당시 대화내용 녹취 등을 통해 증권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고,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

더욱이 A씨의 경우처럼 이익보장 약정 등을 한 뒤 돈을 계속 맡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법원은 "임의매매 부분은 불법이라 증권사 책임이지만 이후의 거래는 A씨가 포괄적으로 증권사에 거래를 위탁해 '일임매매'를 한 것이므로 A씨의 책임"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증권거래법은 증권사가 거래 수량과 가격, 매매 시기 등에 대해 서면에 의한 계약을 통해 고객의 일임을 받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투자할 유가증권의 종류와 종목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절차를 밟은 일임매매는 드물고 A씨처럼 원금보장약정과 함께 포괄적으로 일임매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법원에서도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포괄적 일임매매를 인정해 준다.

법적으로 원금보장각서 그 자체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증권회사 등의 손실보전행위는 증권시장의 본질을 훼손하고 안이한 투자판단을 초래해 가격형성의 공정을 왜곡하는 행위로서 증권 투자에 있어서 자기 책임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2001.4.24.선고 99다30718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증권사에 대해 고객들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강조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활로를 열어놓고 있다.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회사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해 과다하게 회전매매(과당매매)를 하거나, 투자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극히 위험한 거래를 적극 권유할 경우 등이 법원이 인정하는 보호의무 위반에 관한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실물주식이 아닌 수익증권의 경우도 '수익보장약정'은 무효지만 이 약정을 전제로 한 투자권유는 부당한 투자권유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선물거래의 경우도 종종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나 투자자의 승소율은 극히 낮다. 투자자들도 요소가 강하고 위험성이 큰 사실을 알고 투자한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증권투자는 자기 책임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임의매매처럼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투자자에게도 30∼50%의 과실비율이 인정돼 대략 손해액의 60% 안팎에서 배상액이 결정된다.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건 승소율은 일반 민사소송 보다 다소 낮은 50% 정도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오태희 변호사는 "증권회사들은 분쟁이 생기면 증거를 인멸하고 구두 약속을 번복하기 일쑤"라며 "일임매매를 하더라도 녹취 등의 증거를 남겨야 하고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담당직원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아두고 증권사에 항의서한을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 증권소송 전문변호사

증권 소송 분야 전문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워낙 분야가 방대하고, 기업관련 소송으로 갈 경우 소송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로펌이 강세다. 법무법인 세종은 증권법을 전공한 신영무 변호사가 1981년 설립 당시부터 증권·금융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김& 장의 정진영 변호사는 기업관련 증권 소송에서 지명도가 있고, 신필종 변호사도 기업소송은 물론 집단소송 분야 전문가다.

김주영 변호사는 '소액주주운동'을 이끈 장본인. '좋은 기업지배구조 연구소' 소장으로 1997년부터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했고, 2000년 투자자 소송 전문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설립,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2호 성장형 펀드 관련 소송, 현투증권 소액주주 소송 등 회사측을 상대로 한 투자자 소송을 도맡아 처리했다.

반면 임성우 변호사 등 법무법인 광장의 금융팀은 소액주주 소송 등과 관련, 기업입장을 대변하며 명성을 쌓았다. 오태희 변호사는 일임매매와 임의매매 등 증권거래와 직접 관련된 소송을 전공으로 삼아 한 우물을 판 끝에 평판을 얻고 있는 케이스. 자신이 증권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뒤 아예 전문분야로 삼아버렸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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