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이 또다시 '청산형 법정관리' 위기에 빠졌다.국내외 채권단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SK글로벌 본사에서 해외채권단의 채권현금매입(캐시바이아웃·CBO) 비율 문제를 놓고 2차 협상을 가졌으나 CBO 비율(40.15%)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해외 채권단은 SK글로벌에 대한 정밀 재실사를 통해 CBO 비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내 채권단은 40% 이상은 곤란하다며 해외 채권단이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SK글로벌에 대해 청산형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채권단, "40% 이상은 안 된다"
국내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국내 채권단이 제시한 CBO 비율은 해외 채권단의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산정된 것으로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며 "해외 채권단이 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며 이를 위한 실무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단은 이에 따라 다음 주 중 운영위원회를 열어 회사정리안에 따른 법정관리 신청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실무자 사이에는 아직도 청산형 법정관리가 은행으로서는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이 깨질 경우 전체 채권단 협의회에서 법정관리 신청 동의(채권액 3분의 2 이상 찬성)를 얻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채권단은 당초 해외 채권단의 CBO 비율을 38%로 정했으나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해외 채권단의 반발을 감안, 2%포인트 높은 40.15%로 수정 제시했다. 40.15%는 해외 채권단이 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9,300억원)의 청산가치 14.5%와, 나머지 채권 85.5%에 국내 채권단의 CBO 비율 30%를 적용한 25.65%를 단순 합산한 수치이다.
해외채권단, "최대한 높여달라"
이에 대해 해외 채권단은 SK글로벌 부실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정확히 규명하지 않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으며 국제기준에 맞는 재실사를 통해 CBO 비율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 채권단 운영위원회 참여 기관인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경우 채권의 100%를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는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극히 단순한 수준의 보고서"라며 "국제 기준에 맞는 실사가 이뤄지면 해외법인의 청산가치가 높아지므로 해외 법인에 대한 채권이 많은 해외 채권단의 CBO 비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이라도 다시 부실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SK(주)나 SK텔레콤 등 계열사들이 부실화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SK글로벌 정상화 작업에 지금보다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채권단이 정밀 실사를 거부하고 청산형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해외 채권단도 해외 법인 청산에 들어가는 한편 미국 정부에 부실원인 규명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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