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7월 임시국회 중 KBS 예산을 국회가 사전 심의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KBS의 2002년 결상 승인안이 부결된 지 이틀 만에 나온 한나라당의 방침에 대해 KBS 노조와 민주당측은 "방송 독립성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국회 문화관광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3일 "일본 NHK처럼 공영방송인 KBS의 예산도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KBS 예산을 국회가 사전에 심의하고 결산안은 방송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사덕 총무도 "KBS 결산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켜도 다 써버린 돈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면서 "국회가 사전에 예산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현재 KBS의 예산은 KBS이사회 의결로 확정되고, 결산안은 이사회와 국회의 사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KBS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세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일부 특집·기획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파성과 이념적 편향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적 배려보다는 KBS의 거대한 예산이 방만하게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 노조는 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방송 장악 음모저지 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4일 방송노조협의회 워크숍을 열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나라당의 방송 재편 움직임에 대한 노조 차원의 체계적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훈희 KBS노조 정책실장은 "국회가 KBS 결산안 승인 권한만으로도 KBS의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예산안에도 간섭하려 한다"며 "예산안 사전 심의가 이뤄지면 국회의 권한이 더욱 확대돼 편성이나 제작 자율성이 침해받는 것은 물론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감시 기능이 심각하게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문광위 간사인 김성호 의원은 "정치권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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