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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Stay 농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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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Stay 농촌체험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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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 용늪에서 펴 오른 물 안개가 노적봉을 타고 골짜기로 비껴 내린 산 안개와 만나 골용진(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1리) 마을을 감싼다. 새벽 6시. 포도농원 권씨, 배밭 과수원 정씨 아저씨가 사립문을 나설 즈음, 바뀐 잠 자리 탓에 밤새 뒤척이던 아내도 이불을 걷어낸다. 우리도 나갈 채비. 그 수런거림에 늦잠대장 강이(10)도 샅을 움켜쥐고 벌떡 선다. 오줌보가 찬 것이다.감자 밭은 이슬에 젖은 채다. 우리 가족을 보자, 멀찍이 마늘 밭에 앉았던 민박집 주인 권씨 아저씨가 다가선다. 아저씨의 감자캐기 시범. "줄기를 이렇게 잡고, 이렇게. 그렇지, 그렇게…. 웬만하면 맨손으로. 호미 갖다 대면 감자가 다치니까." 어설픈 손놀림에도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섰던 아저씨는 "장마 전에 수확을 끝냈어야 하는데" 하며 다시 마늘밭으로. 이제 3, 4 평 남짓의 텃밭 감자 수확은 우리 세 식구의 몫이다. 두둑을 따라 감자가 넝쿨넝쿨 많기도 하다. '알토란 같다'는 말을 '알감자'로 바꾸자며 신이 난 아내. 그 곁에 강이도 이슬에 바짓가랑이 젖는 줄도 모르고 코를 박고 앉았다. 일을 끝낸 뒤 아침식사는 주인댁에서 준비한 된장찌개와 푸성귀 반찬으로 한 그릇씩 뚝딱.

이웃 민박 가족들과 함께 도토리묵 만들기에 끼어든 건 오전 11시께. 곱게 갈아 물에 재운 도토리 앙금을 불땀 맞춰가며 되직하게 저어주는 일이다. 마을 분들이 곁에서 도와주니 어려울 건 없다. 야산 도토리 줍기서부터 앙금 재우기 등 시간 드는 준비는 마을 아주머니들이 미리 해둔 터. 끓여서 엉긴 묵을 식혔다가 먹으면 그만이다. 점심 주메뉴는 잔치국수. 가마솥 누룽지밥 체험을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마을 분들이 내 온 식은 밥도 넉넉하고, 도토리묵에 밭에서 따 온 유기농 쌈채(상추 치커리 등속)도 풍성하니 그것으로도 식탐을 채우고도 남는다. 주말 골용진 마을은 외지 민박객들로 숫제 잔치 분위기. 이런 저런 체험에 들뜨고 상기된, 처음 보는 얼굴들도 낯설지가 않다.

오후에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마을 순례. 골짜기 세 개에 파고 든 마을에는 배밭 포도밭 등 과수원이 많아 온통 초록빛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래서, 골용진이라는 본래 지명보다 '그린토피아(greentopia)'라는 이름을 더 즐겨 붙인다. 용늪 털부채 꽃섬이나 집집이 가꾼 야생초 화단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길 밀리니까 서둘러 출발하자는 아내의 조름에 북한강 바나나보트 계획은 접고. 민박집 아저씨의 은근한 인정이나 마을 분들의 배웅도 따뜻했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떨치기 힘들었던, 마음을 마을에 두고 온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 다음 카페 '좋은 먹거리모임' 회원 최향란(49)씨는 그 마음을 "친정에 다녀온 것 같다"고 했다.

촌(농사) 체험은 엄밀히 말하면 농사 기쁨체험, 보람체험이다. 궂고 힘든 노동의 끝 수확, 즉 농사 절정체험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도시민들의 입맛을 당긴 듯, 농촌체험은 3∼4년 전부터는 상당한 호응을 끌고 있다. 농가에도 민박 수입에다 농산물 도농 직거래 등 제법 실한 부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농촌 체험마을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

현재 농촌(농사)체험 마을은 농림부의 녹색체험마을, 농촌진흥청의 전통테마마을, 농협의 팜스테이마을 등 각기 다른 이름을 달고 도별로 20∼30여 곳에 이른다.

체험 프로그램은 어느 마을이건 대개 농사 체험, 전통놀이, 생태관광, 토속먹거리 만들기 등으로 구성된다. 거기서 마을 특산물이 뭔지, 입지가 어떤지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달라진다. 또 유명해져서 찾는 이가 많은 마을과 덜 알려진 마을이 있다. 전자의 경우 다소 번다한 대신 정족수가 필요한 단체행사 등 프로그램이 알차고, 아늑하고 차분한 농촌 정취를 느끼려면 후자가 낫다. 민박 비용 등은 지정기관이 권장하는 가격대가 있지만 마을 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수도권의 경우 4인가족 기준 약 4만∼5만원선. 펜션과 같은 고급 민박을 둔 마을들도 있다. 먹거리 체험 등 개별 프로그램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예약을 하고 재료비 등 실비 수준의 참가비를 따로 내야 한다. 유기농 쌈채소 같은 농산물은 대개 거저지만,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갈 수 있는 감자캐기 등은 별도의 비용(약 1만원)을 낸다. 농림부(www.maf.go.kr), 농촌진흥청(www.rda.go.kr), 농협(www.nonghyup.com) 홈페이지에 들르면 체험마을의 상세한 정보를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고, 농촌관광포털(www.greentour.or.kr)에 들러봐도 된다. 후보마을을 정한 뒤 전화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가격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평=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팜 스테이 3種 폭탄

노래방 있죠?

많지는 않아도 가끔은 있슈. 직장 단체나 계모임 같은 데서 회취(會醉)삼아 오는개뷰. 대개 전날 오후 느지막허니 와서는 밤새 술 자시고, 노래에 고함에 난리부루스를 치는 규. 농사짓는 동네는 밤 10시면 오밤중이잔유.

이웃들 지청구야 그렇네 치더라도, 가족단위루다 조용히 쉬러 온 손님들헌티 미안혀서 죽을 지경이쥬. 농사체험유? 되겄슈? 담 날 느지막히 일어나서는 차타고 가는 게 일이쥬. 예약받을 때 대충은 알어유. 그런 사람들이 꼭 묻는 말이 있슈. ‘노래방 있어요? 노래방 기계는요?’

뭐 이정도야

묵어봐야 얼마나 묵겠능교. 배 하나가 아(이) 머리통만 항께 두어 개만 따도 서너 식구 충분히 묵지요. 그란데 그기 아이라요. 방값 받아봐야 얼마 된다꼬, 아예 배로 본전을 뽑을라 카는 사람들이 안 있소.

또, 따모 고이 따요? 나무를 아예 작살을 내뿐께 환장하지. 우리한테는 나무가 재산인데 그것들이 몸살하모 우리는 골병이 드요. 한 두개씩 주인 눈 기시 감서 따 묵는 재미야 우리도 알고, 그거 모른 척 해주는 것도 인심인데…. 그라모 안되지요.

돈 내고 잤는데, 뭐

콘돈가 뭔가처럼 청소하고 설거지 해놓고 가라는 말까지는 안합니다. 하지만 방을 마구간처럼 쓰고 가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해요. 방값 벌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농약 덜 치고, 화학비료 덜 주고 지은 우리 농산물 알려서 제값 받고 팔자는 욕심에, 또 잠시나마 농사 체험해보고 우리 힘든 거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는 마음에 하는 겁니다. 어떨 땐 도시 사람들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얄궂어질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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