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제조업계는 업체당 평균 127억원의 현금수입을 올렸으나 설비투자는 48억원에 불과해 1994년 통계 작성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3일 한국은행이 4,11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2년 중 제조업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업체당 평균 현금수입이 126억9,000만원으로 전년(86억7,000만원)보다 46.4% 증가했다. 이는 영업호조로 최근 5년간 적자 상태였던 당기손익이 작년에 큰 폭 흑자로 반전된 데 따른 것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94∼97년 평균(50억7,000만원)의 약 2.5배 수준이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기계장치·토지·건물 등의 설비투자(유형자산에 대한 투자지출)는 전년대비 10.2% 줄어든 48억1,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94∼97년 평균(106억9,000만원)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기업들이 돈을 잔뜩 쌓아놓은 채 투자는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제조업체들은 여유 현금을 설비투자 확충보다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업체당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은 전년(19억9,000만원)보다 크게 증가한 47억6,000만원으로 99년 이후 4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인 금융비용보상비율은 457.5%로 전년(273.5%)의 1.7배에 달했다.
단기차입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현금보상비율은 77.6%로 전년(56.6%)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으나,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는 현금보상비율 100%미만 업체의 비중은 70.9%로 여전히 높았다.
기업규모별 현금수입액은 대기업이 701억3,000만원이었던 반면 중소기업은 20억2,000만원이었고, 투자지출액은 대기업(346억6,000만원)이 현금수입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중소기업(23억4,000만원)은 현금수입액을 초과했다.
한은은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 부진으로 유형자산에 대한 지출이 최근 2년 연속 줄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여력이 있는 업체는 미래의 수익기반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