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텃세는 역시 강했다." 2010년 동계올림픽개최지 유치전에서 밴쿠버에 아깝게 밀린 평창의 패인은 역시 유럽세의 벽이었다.인지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평창이 1차투표에서 밴쿠버를 11표차로 제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인은 투표 1시간전 IOC위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프리젠테이션(설명회)이었다. 유치위측은 1차에서 40여 표를 획득, 2위로 2차에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지만 프리젠테이션이 10여표에 달하는 부동표를 흡수하는 예상외의 수확이 있었다.
그러나 과반수(54표)에는 3표가 모자랐고, 잘츠부르크(16표)가 탈락하고 실시한 2차 투표에서는 결국 유럽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유럽의 몰표를 등에 업고 유력한 후보도시로 거론됐던 밴쿠버는 잘츠부르크의 표를 대부분 흡수하면서 평창을 따돌릴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를 지지했던 대부분의 표가 밴쿠버로 돌아선 이유는 2012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유럽지역의 암묵적인 담합 때문이었다. 런던 파리 마드리드 모스크바 라이프찌히 등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유치에 나선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인 북미의 뉴욕을 겨냥한 대륙순환론을 의식, 2010년 동계올림픽을 밴쿠버에 밀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와 '바터'를 한 셈이다.
2차 투표 결과는 유럽 대 비유럽세의 대결로 압축된다. 58명의 IOC 위원을 보유한 유럽이 자크 로게 위원장과 불참자 등 3, 4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밴쿠버에 몰표를 던졌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호주 등 영연방의 표가 밴쿠버를 지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시드니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 때도 베이징이 1차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2차에서 영연방 표가 시드니로 쏠리면서 역전패했던 상황의 재판인 셈이다. 이에 반해 평창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와 2012년 하계올림픽(뉴욕 유치)을 의식한 미국의 표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는 자크 로게가 등장했지만 자국의 실리와 이해득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밴쿠버로 돌아선 유럽의 집단이기주의로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IOC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프라하=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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