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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윤윤수 <40·끝>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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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윤윤수 <40·끝> 다시 시작이다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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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본사 인수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던 5월초 시작했던 '나의 이력서'가 어느새 마지막 회를 맞았다. 마지막 회 원고를 써나가는 지금,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과연 나는 지나온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았을까.'본사 인수협상을 끝내지 않고 연재를 시작하는 바람에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 같아 독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사실 이 기간에도 절반 정도는 해외 출장을 다니는 바람에 시간에 쫓기며 원고를 넘겼다.

내가 '나의 이력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 최고의 샐러리맨', '돈 버는 마술사'라는 찬사 뒤에 가려진 한 사내의 힘겨운 세상살이였다. 좌절과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다시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오뚝이 같은 인생.

그래서 연재의 절반 이상은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이다. 실제로 휠라 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내 인생은 여느 샐러리맨과 다를 게 없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2년 전 심장 수술을 받고 난 후 "그렇게 건강까지 잃고 나니까 무엇 때문에 발버둥치며 힘들게 살아왔는지 후회가 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마치 자전거를 타고 긴 경주에 나선 것과 비슷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고, 설사 넘어졌더라도 다시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우쳤다.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돼 장티푸스로 어머니를 잃었지만 평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아내를 만났고, 돈 한푼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뜻하지 않은 은인들로부터 도움도 받았다.

이렇게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쉽게 포기한다. 자전거를 타다가 한번 넘어지면 그대로 주저 앉아 자신의 악조건을 탓하고 원망만할 뿐 페달을 밟을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휠라 코리아가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자신감이 넘쳐 인생에 대해 오만한 생각을 품은 적도 있었다. '세상에 내가 하지 못할 일이 있을까'라는 자만심 같은 것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맨손으로 시작해 이만큼 일궜다는 성취감보다는 내가 세계를 무대로 뛰면서 무역 일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계기로 휠라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휠라 코리아가 최근 휠라 USA와 공동으로 본사를 인수했을 때 일부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또 일부 언론에선 내가 엄청난 돈 방석에 앉은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본사 인수가 마무리된 후 내 마음은 오히려 담담했다. '내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흥분했을 뿐이다. 그렇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휠라 본사 지분을 5% 정도 갖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앞으로 남은 삶을 전부 휠라에만 쏟을 마음은 없다. 언제라도 내 역할이 끝났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다.

내 나이 벌써 쉰 여덟이다. 어느덧 세월은 내 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겼다. 젊은 시절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듬성듬성 머리카락이 빠진 머리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진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한때는 빠지는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더 붙잡아 두기 위해 좋다는 발모제는 다 구해다 써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결국은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월이란 그런 것이다. 붙잡아 두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것.

지나온 세월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으면 사람의 일생이 하루살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살이라도 좋다. 살아있는 동안은 온 몸을 던지듯 살고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내게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들이 내 가슴 속에 남아 성장의 자양분이 됐던 것처럼 나도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으로 젊은 세대의 성숙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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