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네덜란드식 노사관계'의 유용성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비록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그의 회견에는 네덜란드 모델이야말로 '정답'이라는 소신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영·미식 모델의 장점을 언급하고 있고, 문재인 민정수석마저 같은 쪽에 기울어 있어 청와대 내에서 의견통합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이 실장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한국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백가쟁명식의 사회적 대토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 실장은 이날 "재계나 언론의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네덜란드 모델을 적극 변호했다. 그는 먼저 "외향적 개방경제인 한국에서 노조가 두 자리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은 국익을 위해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경영참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된다"며 "독일식의 '공동결정'은 과도하지만 경영정보의 제공, 노조의 아이디어 제공, 일정부분의 협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노사 모두에게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성, 투명성을 요구하는 모델"이라며 "양자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나라의 건강을 위해서는 약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때 네덜란드식 모델을 선호했던 노 대통령은 최근 영·미식 모델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삼계탕 집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났을 때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영·미식이 나을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최근 노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문재인 민정수석 역시 "현재로서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은 없다"며 "현재 종업원 지주제를 통한 노조의 경영참여를 인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음달 참여정부의 신 노사관계 모델이 채택될 때까지는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경영참여 불가 입장인 재계는 강력 반발할 것이고, 임금인상이 제한 받는 노조측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고 정부 내에서도 각기 다른 입장이 개진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실장은 "정책실장이라고 해서 결정된 정책만 말해야 한다면 뒤늦은 얘기만 하게 되는 것이고 입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네덜란드 모델을 위한 싸움을 각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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