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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내가 진정 대학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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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내가 진정 대학에서 "배운" 것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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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때는 물론 중·고등학교 때도 대부분의 지식을 교과서를 통해 배웠다. 그 지식들을 이용해 학교 내신성적도 쌓고, 대입 시험도 준비하여 결국 대학까지 오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의 대학생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그러나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는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지식들이 불만이었다. 대학으로 치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교과목들이었다. 청소년 시기에 뭐든지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을 해보고 비판적인 사고도 길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정답'이 유도될 수 있는 설명만이 일방적으로 공급되고 강제되었다.

그런 교육환경과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는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 같은 것들은 미덕이 될 수 없었다. 오직 '정답'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지식을 효율적이고 조직적으로 숙지하는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것이었고, '딴 생각'을 했다가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가게 되는 것이었다. 나 역시 불만이 있었지만 대입을 위해 이러한 '절대적' 지식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 접한 인문학, 사회과학의 지식들은 다양성과 비판에 대한 나의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주었다. 획일적 지식을 강조하지 않고 지식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위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강의는 중·고교 때의 강요된 '절대적' 지식에 비해 진리에 보다 근접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내 삶의 경험도 풍부해 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내 삶에서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고 여겼던 것들이 상대화함으로써 삶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것 같은 괴로움도 뒤따랐다. 급기야 언젠가부터 내 삶에 안정성을 부여할 새로운 '절대성'을 탐색하며 고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쉽게 상대화 되어 버리니 난감할 뿐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졸업을 앞둔 지금 이런 저런 고민 없이 일찌감치 취업한 친구들을 보니 이 같은 나의 고민은 한낱 정신적 사치가 아니었을까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고민들이 전혀 의의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남들은 겪지 못한 좋은 경험이었을 수 있다. 그런 고민의 터널을 힘들게 지나왔기에, 나는 지금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내 삶의 '절대성'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학에서 '배운' 것이다.

정 규 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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