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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노래부르며 포크눈떠 한국공연 손꼽아 기다렸어요"/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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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노래부르며 포크눈떠 한국공연 손꼽아 기다렸어요"/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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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 돼요/ 봐요 내 마음이 이렇게 맑아져 와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 돼요'재일동포 2세 가수 이정미(45)의 노래 '있는 그대로의 나'에 많은 일본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외국인으로서 일본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세 살 난 딸을 데리고 험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고 노래했다. 그 영혼의 순수함은 일본인 한국인, 민단계 조총련계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름 앞에 붙은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란 말이 결코 미사여구가 아니다.

4·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그는 "한국 공연을 너무 오래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4∼5년 전부터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몇 번 시도했는데 일본어 노래를 부를 수 없고 일본 가수 공연에는 특별히 까다롭다기에 지레 겁 먹고 번번이 포기했죠." 내한 공연을 기다린 것은 그만이 아니다. 2월 '포토에세이 사람'(MBC)과 3월 '한민족 리포트'(KBS) 등에 소개된 그의 맑은 목소리에 매료된 한국 팬들은 직접 노래를 들을 날을 손꼽아 왔다. 그의 일본 팬 50명도 함께 내한했다. "애초에는 일본 노래와 한국 노래를 절반씩 부르려고 했는데 얼마 전 일본 노래를 모두 한국어로 번역했어요. 한국 팬들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죠."

그의 노래는 그의 삶에서 우러 나왔다. 도쿄 카쓰시카(葛飾)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구니다치(國立) 음대 성악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 집회 등에서 '아침 이슬'을 부르며 한국 포크에 눈 떴고, 1986년 김민기 노래를 모은 음반 '김민기를 부른다'를 냈다. 하지만 그의 나이 서른에 시련은 찾아왔다. 작가인 남편과 이혼한 그는 생계를 위해 고층 빌딩 유리창 청소원으로 10년간 일해야 했다. 그래도 "고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환한 햇살 아래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게 기분이 좋았죠. 덕분에 몸도 건강해 졌고 위험한 일인 탓에 정신 단련도 많이 돼 나중에 노래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됐어요." 다시 노래를 하게 된 것은 94년 저명한 시인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의 시 '기도'를 읽고 "갑자기 노래로 만들고 싶어져서"였다.

어떤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건져 올려 내는 낙관적 태도가 그의 노래의 참 힘이다. 그 역시 자신의 노래에서 위안을 얻을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공공기관 주최의 행사, 각종 집회, 지방의 초등학교 등 가리지 않기에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이 이뤄진다.

그는 공연에서 대표 곡인 '게이세이센'(京成線), 도종환의 시 '당신의 무덤가에'에 곡을 붙인 노래, '아침이슬' 등 15곡 정도를 부르며 장사익(4일)과 양희은(5일)이 초청가수로 무대에 선다. "양희은씨의 '아침이슬'을 처음 들은 게 19살때였어요. 장사익씨는 4월 제주 4·3 위령음악제에서 만났구요. '구름위에 떠 있는 사람'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이분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돼 꿈만 같아요." 여러가지로 그는 들떠 있다. 공연문의 (02)3443―1010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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