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항소8부(고의영 부장판사)는 2일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진씨의 진술 밖에 없으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져 범죄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검찰과 변호인은 2001년 7월 진씨와 함께 권 전 고문의 자택을 방문한 김 전 차장이 권 전 고문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씨가 돈이 든 쇼핑백을 갖고 집으로 들어가 김 전 차장에게 전달했고, 김 전 차장은 "쇼핑백은 진씨가 보낸 것"이라고 설명한 뒤 거실에 두고 나왔다는 공소사실을 놓고 권 전 고문 자택에서 2차례 현장 검증까지 실시하며 대립해 왔다.
재판부는 무죄의 근거로 "김씨의 방문 목적이 피고인의 특보였던 최규선씨 문제로 발생한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한 것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과 초면인 진씨에 대한 부탁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금감원 조사건이 아니라 '특별한 뜻 없이 돈을 줬다'고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청탁이 10초 동안 이뤄졌고 피고인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는 진술을 믿더라도 이를 청탁수용의 의사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지난 4월 권 전 고문의 서울 평창동 자택 현장 검증 결과, "진씨는 피고인의 집 현관문에서 거실 소파가 보였다고 진술했지만 거실로 가기 위해서는 복도를 4∼5m 가량 걸어 들어 가야 하고, 진씨가 검찰에서 그린 피고인 자택의 약도도 사실과 많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권 전 고문은 무죄 선고 직후 "사필귀정이며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다는 결과"라며 "진씨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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