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간 다자 및 교차 접촉이 활발하다. 2일과 3일 한·미·일 3국이 고위급 비공식 협의를 열어 대북 공조를 모색하고,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미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중재 외교의 폭을 넓히고 있다. 6일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과 일본의 국장급 협의가 예정돼 있다.각국 대북정책 실무 책임자들간 잦은 만남의 목적은 4월 베이징 북한·미국·중국 3자 회담의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후속 회담이 장기간 공전하면서 각국간 입장을 조정하고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각국 정책의 공통 분모를 찾아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접촉을 둘러싼 각국의 현실적 기대치와 목표에는 큰 편차가 있다. 미국은 공식·비공식 협의 창구를 북한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강공(强攻)이 오히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압력 수단이라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북한의 핵 개발을 규탄하는 유엔 의장성명 채택과 대량살상무기(WMD)확산방지구상(PSI)을 위한 다국간 연대 모색에 적극적인 것은 이 같은 생각의 직접적 표현들이다. 미국은 9일 호주에서 PSI 추진을 위한 11개국 2차 회의를 열어 북한 선박에 대한 저지 (interdiction)방안의 구체안 마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미 안전검사 강화를 명분으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입출항 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의 압박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미국의 유엔 의장 성명 추진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일본의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강경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대북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5자회담 개최 등과 관련해 일본과 부분 공조하기도 하지만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은 한국과 대북 정책의 눈높이를 달리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 3국 고위급 협의가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열리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더 강경한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지기 전 다자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5자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우리의 복안(로드맵)을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행보이다. 중국 정부는 예정에 없이 왕 부부장을 워싱턴에 파견함으로써 그를 통해 5자회담이나 핵 포기의 대가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미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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