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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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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파리 1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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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해충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파리는 병균을 옮기고 사람을 귀찮게 한다. 그러나 파리라고 늘 그렇게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파리도 가끔은 유용한 일을 한다.파리는 식당의 위생 상태를 검열한다. 우리는 식당에서 파리를 발견하게 되면 일단 주방 위생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그리고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 혹시 파리가 먼저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또한 파리는 소매점 영업의 지표로도 기능한다. 파리는 의외로 번잡한 곳, 사람이 많이 드나들고 거래가 활발한 가게를 싫어하고 주인 혼자 부채질 하며 앉아 있는 고즈넉한 가게를 좋아한다. 따라서 파리채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업종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창업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창업은 만만치 않고 파리는 잡아야겠으나 파리채나 끈끈이가 가게의 품위를 해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최근에 한 유명제과점의 파리 퇴치법을 권한다. 시중에서 파는 위생장갑에 물을 가득 채워서 매달아 놓는다. 그럼 파리가 위생장갑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싶어 한번 쳐다보았는데 파리 심정이 금세 이해되었다. 투명 물 장갑 속에 과연 괴물이 들어 있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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