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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툭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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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 글·정문주 그림 푸른숲 발행·7,000원·초등 저학년용툭.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 무엇인가 발에 차이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창작동화 '툭'의 내용은 다양하게 쓰이는 이 단순한 의성어 한 마디를 갖고 펼친 공상의 세계다. 툭 하면 말썽을 피워 툭 하면 꾸지람을 듣는 초등학생 민이가 '툭'이라고 쓰인 이상한 도깨비 상자를 우연히 얻으면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소동이 줄거리. 어린이 마음을 생기있게 잘 표현한 글과 재미있는 그림이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지각대장 민이가 엄마의 성화 때문에 일찌감치 집을 나선 어느 날. 민이 발에 무엇인가 '툭!' 하고 차인다. 나무로 만든 큼직한 주사위 모양의 상자다. 이게 뭐지? 툭 건드렸더니, 툭툭툭툭 하고 팝콘이 한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바람에 민이는 또 지각. 선생님께 팝콘 이야기를 해봤지만 혼나기만 하고.

민이의 툭 상자 소동은 하루 종일 이어진다. 속셈학원에 가서 툭 상자를 건드렸더니, 교실 천장에서 굵은 빗방울이 끝없이 툭툭. 학원 마치고 들른 친구 집에서는 온갖 나무 열매와 꽃봉오리가 방안에서 피어나며 툭툭. 드디어 집에 돌아오니, 엄마 아빠는 화가 잔뜩 나있다. 민이가 학교에 또 지각했고, 학원을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민이는 억울하지만 무어라 변명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데 툭 상자에서 도깨비가 쏟아져 나와 울퉁불퉁 도깨비 방망이로 엄마 아빠를 툭툭 때려 혼낸다.

도깨비들은 민이네를 할아버지 도깨비한테 데려간다. 그 상자는 할아버지 도깨비가 잃어버린 것이다. 할아버지 도깨비는 민이를 타이른다. "혹시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빠가 꾸지람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거라.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세상에만 살고 있어서 가끔 너 같은 어린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런데 그게 전부 꿈이었나? 엄마 아빠는 이상한 꿈을 꿨다면서 말한다. "왜 이렇게 몸이 뻐근하고 얼얼하지?" 민이한테는 그날 벌어진 일들이 생생하기만 한데. 툭 상자가 일으킨 소동은 결국 어른들 잔소리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고 싶은 민이의 마음이 빚어낸 게 아닐까. 팝콘 나라, 물벼락의 나라, 열매 나라, 도깨비 나라는 어른들은 믿지 않는, 어린이다운 상상의 나라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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