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로운 핵 실험장에서 고폭(高爆) 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 중이라는 1일 뉴욕타임즈 보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2일까지도 이 보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평북 구성시 용덕동은 한미 양국이 지난 90년대부터 핵실험 장소로 추정했던 곳으로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고폭(高爆) 실험 증거가 발견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을 뿐 더 이상의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무엇보다 현 상황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의견 조율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가 미국측으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주지 않고 있다는 유추도 가능해진다.
정부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1998년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논란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즈는 당시도 '익명의 (정보)관리'를 인용해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지만 2000년 미국의 현장 조사를 거쳐 핵 시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었다. 때문에 남북간 해빙무드 견제를 위한 미국 일부 매파들의 의도적 정보 흘리기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강정민(姜政敏) 박사는 "기폭장치 발견이 새로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보도 내용만으로는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이 몇 달 전 안 사실을 왜 지금 시점에서 흘리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정치적 성격이 있는지, 객관적 사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탄두 경량화를 추진 시도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리 정보 당국은 그 동안 북한이 핵무기 제조의 핵심인 고폭(高爆) 장치 개발과 실험을 끝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500g 이하의 핵탄두 제조 능력이 없다고 간주해 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태우(金泰宇) 연구원은 "탄두 경량화는 핵 개발에 있어 두 번째 산맥"이라면서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체제보장의 관건으로 여기고 40여년간 노력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탄두 경량화를 위한 핵심 금속인 티타늄을 확보하지 못한 북한이 다른 금속을 이용해 고폭 실험을 하며 핵 탄두 무게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미국에 포착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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