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노사관계는 영·미식보다는 유럽식 모델에 근접한 것이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2일 "검토되는 여러 안 중 하나"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전날 "노·사·정 틀 안에서 노사문제를 자율 조정하는 네덜란드 등 유럽 모델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노사관계가 지향할 지점으로 네덜란드 모델을 제시했었다. 네덜란드 등 유럽 모델의 핵심은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과 노조의 경영참여. 때문에 현재 노사정위와 대통령 직속의 노동개혁 태스크포스팀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노사관계 추진전략도 결국 '노조의 경영참여'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네덜란드 모델의 핵심은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노동문제는 단지 노사간 합의를 떠나 노동관행, 주5일근무제,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전반적인 법·제도와 연결돼 있다"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영·미식의 단위사업장별 협상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네덜란드식 등 유럽형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즉, 주5일근무제의 경우 단위사업장별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노조들이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노사정 합의를 통해 물가 임금 실업 직업교육 등도 한꺼번에 해결, 경제전반의 조정기능을 갖추는 것도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이 1일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대립·투쟁적 노사관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또한 우리에게는 그런 여유도 없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통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식 모델의 또 다른 핵심인 '노조의 경영참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이날 "네덜란드는 협의 수준으로 노조의 경영참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독일은 노조의 경영참여가 합의 수준이지만 이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이 실장의 구상은 네덜란드식 모델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구상에는 노조가 그동안 누려온 '혜택'을 줄이는 것도 포함돼 있어 노조가 이를 적극 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노사관계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요구, 파업기간 중 임금요구,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이제 노동자의 특혜도 해소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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