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겨운 삼총사 포즈!” ‘미녀 삼총사’에서 세 미녀와 대적한 악당 데미 무어가 양발을 적당히 벌리고 주먹을 쥔 삼총사의 전형적인 포즈를 보고 이렇게 말하자, 관객은 폭소를 터뜨린다. 상투적인 게 지겨운 것은 데미 무어 뿐이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리얼리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멜로 혹은 에로 영화는 여전히 상투, 클리셰(Cliche)의 전시장이다.첫째, 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푹 잠을 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원치 않는 섹스를 한 여자나 남자가 ‘사태’를 깨닫는 것은 잠에서 깨고 나서다. 여자나 남자는 실컷 자고 일어나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알고는 “악” 소리를 지르며 간밤의 일을 회상한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두 사람은 다 자고 나서야 화들짝 놀란다. 속도 참 좋다.
둘째, 이 때는 주로 벗고 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많이 벗고 잔다. 에로 영화는 이것이 기본이고, 대부분의 멜로 영화 역시 남녀가 윗옷은 입지 않고 잠드는 것으로 설정한다. 보통 사람들이 다 그런가?
셋째, 이 때 화장실에 갈 때는 꼭 시트로 몸을 두르고 간다. 여성이 전라의 장면을 보인 영화에서 시트를 두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냥 일어나 화장실에 간 것은 ‘해피 엔드’의 전도연 정도가 고작이었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이불 대신 하얀 시트가 준비돼 있다는 점이다. 누가 매일 빨지?
넷째,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에 머리부터 감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샤워 꼭지를 들고 엉거주춤 자세로 머리를 감은 후 샤워를 하는데 반해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남자나 여자나 꼿꼿이 서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샤워를 한다. 샤워 커튼 치지 않으면 목욕탕이 물바다가 될 텐데도.
다섯째, 속옷은 세트로 입어준다. 주위 여성들에게 탐문한 결과, 여성 속옷의 상하의를 항상 ‘세트’로 맞춰 입는 경우는 갓 결혼한 새댁이나, 패션에 유난히 민감한 여성 일부를 뺀 ‘민간인’이 속옷 세트에 매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트가 있어도 귀찮아서 못 맞춰 입는다.
이런 클리셰가 지루했는지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여자의 가터 벨트를 보고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멋있네요” 그러자 여자가 답한다. “비싼 거에요.” 그 여자, 멋지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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