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운동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데 계절이 따로 있을까. 요령 있게 운동한다면 오히려 기운차게 여름을 날 수 있다.여름철 운동 왜 빨리 지치나
여름철 운동을 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운동능력도 떨어진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름철 운동시 체온이 쉽게 오르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선 최대 운동능력의 약 50% 강도로 운동할 때 체온이 약 1도가 오르고, 최대 능력으로 운동할 경우 체온이 약 39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여름철 기온이 높으면 신체는 운동시 생성된 열을 방출할 수 없고, 습도가 높은 경우에도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이 계속 상승한다. 체온상승으로 피부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선 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말초피부로 가는 혈액량이 증가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혈액이 근육으로 보내져야 하는데, 말초피부로 가는 혈액량이 늘면 근육으로의 혈액 공급량은 감소하기 때문에 근수축력이 떨어지고 근육 내 피로물질인 젖산이 쉽게 축적된다.
또 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많이 배출되어 혈액량이 감소된다. 이렇게 되면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혈이 감소하고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액량은 떨어져 심박수는 증가하며 근육으로의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며 피로물질인 젖산이 체내에(혈액, 근육) 축적된다. 이렇게 되면 운동시 쉽게 피로해진다. 체온이 위험수위에 이르게 되면 열 스트레스와 일사병이 나타날 수 있고 신체의 체온조절장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건강상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운동하라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야간운동이다. 최근 한강 주변이나 공원, 남산 산책로 등에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대의 연구 결과 오후 7시 이후 야간운동이 낮운동보다 운동효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첫째 부신피질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오후 7시 무렵 운동을 하면 가장 신속하게 분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들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증가시키고 신체의 각성도를 높여 운동효율을 높인다.
두번째로 햇볕에 의한 자외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식물이 밤에 이산화탄소를 내놓아 야간운동이 해롭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식물이 호흡작용에 의해 밤에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에 의해 낮에 방출하는 산소에 비해 양적으로 미미하다.
세번째 야간운동은 운동 후 잠 잘 때 뇌에서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키를 크게 하고 성인의 경우 면역력 증강과 노화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침운동과 야간운동
야간운동은 오후 7시부터 10시 사이 식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좋다. 야간운동은 혈당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리며, 하루 중 밤에 혈압이 낮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그러나 야간운동은 절대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면 1시간 전에 운동을 끝내야 잠을 잘 잘 수 있다. 요통환자는 야간운동시 골프연습, 볼링을 삼가야 한다. 걷기와 맨손체조, 가벼운 조깅은 저녁에 하기에 적절한 운동이다.
반면 아침운동은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 식전이 좋다. 야간운동과는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좋다. 심폐 지구력 향상, 근력 향상, 비만 해소에는 좋지만 뇌졸중 위험과 심장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새벽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와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개가 낀 도심에선 심한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으로는 구기종목, 덤벨운동, 달리기 등이 있다.
또 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은 새벽에, 긴 시간 저강도 운동은 야간에 하는 것이 좋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 등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종목이다.
여름철 운동 적응하려면
더운 환경에서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땐 첫날 심박수와 체온이 많이 상승하고 심한 피로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동일한 운동강도로 며칠동안 운동을 계속하면 점차 운동이 쉬워지고 혈액량이 증가해 산소공급이 원활해지며 심박수는 자연히 떨어지게 된다. 소변을 통한 수분손실이나 땀의 염분농도도 줄어든다. 이렇게 더위에 인체가 적응하게 되는 것은 운동 시작한 후 4∼8일이 지나면서부터다. 잘 적응하는 사람은 4일만 운동해도 적응이 된다.
평소 사람은 하루에 약 2.5㏄의 수분을 배출하고 보충한다. 배출된 수분 중 약 0.7㏄는 폐와 피부에서 나오고, 1.5㏄는 소변으로, 0.2㏄는 대변, 그리고 약 0.1㏄는 땀으로 배출된다. 운동 중 땀은 시간당 0.75∼1㏄가 소비된다. 이 양은 운동시 온도나 습도, 운동 강도 및 시간, 운동 형태에 따라서 약간 달라진다. 수분 배출이 점차 늘어나면 운동능력이 떨어지므로 배출된 만큼의 수분은 보충돼야만 한다. 체중의 3∼5% 정도 수분이 소실되면 탈수현상이 오는데 이렇게 되면 운동능력과 근력, 지구력의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여름철에 운동할 때는 쉽게 지치기 때문에 운동 중 휴식을 자주 갖도록 하며 운동 강도를 높게 하지 않도록 한다. 또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추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약간 차가운 물로 체열을 식혀주는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야간운동 후 사우나나 온탕욕은 해롭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교수
■ 열사병 등 부작용 막으려면…
여름철이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말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피로감, 짜증, 무기력, 집중력장애, 식욕부진 등이 그런 증상들이다. 이는 만성병의 초기증상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이라면 과로와 더위로 인한 신체리듬의 부조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운동하다가 열손상을 받기 쉬운데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열경련, 열피로, 열사병 등이 있다.
고온에서 심한 운동을 하면 시간당 1∼2ℓ의 수분을 땀으로 배출하고 만일 이 체액이 보충되지 못하면 탈수증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양이 줄어 피부 혈류를 감소시키고 다시 땀의 배출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연결되어 체온이 올라간다.
열피로
여름철 운동을 하다 좀 심하게 더위를 먹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열피로이다. 고온에서 장시간 힘든 일을 하거나 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흔히 나타난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고 피로감을 쉬 느낀다. 이는 땀으로 나간 수분과 염분이 제때 보충이 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질병으로, 운동을 멈추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쉽게 회복된다.
이를 예방하려면 야외에서 땀을 많이 흘릴 때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이온음료가 좋다. 생과일이나 야채, 농축된 과일주스는 칼로리와 수분을 보충해주지만 수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열피로가 느껴질 정도라면 음료가 좋다. 탄산음료는 좋지 않다. 또 염분섭취를 한다고 소금가루를 통째로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열사병
열피로와 달리 아주 심각한 질병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기능을 하는 중추가 마비되어 체온이 위험할 정도로 상승, 의식장애가 생기고 심하면 혼수에 빠지기도 한다. 곧 병원으로 옮겨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개 고온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한 훈련을 하는 군인들이나 신체기능이 떨어져 있는 노인이나 환자들에서 생기기 쉽다.
열경련
마라톤을 뛰다가 쥐가 나는 것과 같은 경련을 말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전해질 수분을 보충하고 마사지를 해주면 된다.
열병의 예방을 위해선 적당한 운동과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운동할 땐 가능한 한 악조건을 피해 서늘한 시간, 그늘진 곳을 택한다. 운동복은 가벼운 옷을 헐겁게 입되 상의를 벗으면 주위의 열을 오히려 흡수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운동 전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 중에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약 15분마다 150쭬가 바람직하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여름 운동 5계명
1. 운동 후에는 땀 흘린 만큼 수분을 보충하라.
2. 맨살로 운동하지 마라.
3.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대낮 운동은 피하라.
4. 운동시간은 1시간 이내로 하라.
5. 땀을 확실히 닦아 피부질환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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