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2일 4개여월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을 방문, 오열을 터뜨렸다.권 전 고문은 이날 오전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낮 12시45분께 동교동을 찾아가 30여분간 김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권 전 고문이 이날 거실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큰 절을 올리자 김 전 대통령도 눈시울을 붉힌 채 "법정투쟁을 하느라 고생했다"며 위로한 뒤 "그런 일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고, 무죄가 돼서 나올 줄 알았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에 권 전 고문이 "건강을 유지하셔서 국민을 위해 좋은 강연도 해달라"며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이제 그런 일은 후배들이 해야지. 나는 은퇴했는데..."라고 말했다.
권 전 고문과 동행한 이훈평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막 투석을 끝낸 뒤여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면서 "민주당 사정이나 특검 등 현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 전 고문은 올 2월24일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동교동 자택에 잠시 들른 이후 "무죄판결을 받고 떳떳이 인사 가겠다"며 한번도 찾지 않았고, 4월5일 김 전 대통령 손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권 전 고문의 동교동 방문에 대해 "권 전 고문이 2001년 김 전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및 동교동계 2선 후퇴 지시 이후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하고, 그동안 자제해온 대외적인 행보를 활발하게 전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훈평 의원도 "권 전 고문이 앞으로 차분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