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의 자유·저항 정신의 상징인 시인 김수영(1921∼1968·사진)의 초기 시 '아침의 유혹'이 새로 발굴됐다. 한국전쟁 1년 전에 쓰인 이 시는 '김수영 전집'(전2권) 개정판을 준비 중인 민음사가 유족인 여동생 김수명(69)씨가 작성한 메모를 근거로 찾아냈다.'자유신문' 1949년 4월1일자 2면 왼쪽 중앙단에 게재된 이 시는 김수영이 남긴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1959, 춘조사 발행)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김수영은 시집 후기에서 "낡은 작품일수록 애착이 더한 것이지만, 해방 후의 작품은 거의 소실된 것이 많다"고 작품이 수록되지 못한 사정을 밝혔었다.
박상순 민음사 편집 주간은 "1950년 이전 작품으로 전집에 수록된 시는 8편이었다. 새롭게 발굴된 '아침의 유혹'이 개정판에 추가 수록될 것"이라면서 "이 시는 김수영의 정열과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적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역의 화환' 'UN 위원단' 등의 시어를 통해 해방 직후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침의 유혹' 시 전문. '○○' 부분은 발표 지면이 심하게 훼손돼 판독이 불가능한 대목이다.
'나는 발가벗은 아내의 목을 끌어안았다/ 산림(山林)과 시간(時間)이 오는 것이다/ 서울역에는 화환(花環)이 처음 생기고/ 나는 추수(秋收)하고 돌아오는 백부(伯父)를 기다렸다/ 그래 도무지 모―두가 미칠 것만 같았다./ 무지무지한 갱부(坑夫)는 나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것은 천자문(千字文)이 되는지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스푼과 성냥을 들고 여관(旅館)에서 나는 나왔다/ 물속 모래알처럼/ 소박(素朴)한 습성(習性)은 나의 아내의 밑소리부터 시작(始作)되었다/ 어느 교과서에도 질투의 ○○은 무수하다/ 먼 시간(時間)을 두고 물속을 흘러온 흰 모래처럼 그들은 온다/ U·N위원단이 매일 오는 것이다/ 화환이 화환이 서울역에서 날아온다/ 모자 쓴 청년(靑年)이여 유혹(誘惑)이여/ 아침의 유혹이여'
5일 출간되는 개정판 김수영전집 제1권 '시집'에는 '아침의 유혹'과 함께 2002년 발굴된 시 '판문점의 감상'(1966년 12월30일자 경향신문에 발표)이 수록됐다. 제2권 '산문집'에는 지금까지 추가 공개된 에세이와 유족과 연구자, 친지들이 보관한 글 등 산문 17편이 더해졌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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