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10년간 터미네이터로 다시 돌아와 달라는 팬들의 부탁이 거셌거든요."보디 빌더에서 영화 배우, 그리고 예비 정치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일 오후 1시50분 흰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도쿄(東京)의 파크 하얏트 호텔에 들어섰다. '터미네이터 3' 홍보를 위한 기자회견으로 주연 여우 크리스티나 로켄(T―X)과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도 함께였다. 미 영화연구소(AFI)가 뽑은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인 "I'll be back" (돌아오마·'터미네이터 2')을 남긴 그가 12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1, 2 편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을 거부했고,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도 출연을 거부해 잡음이 무성했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존재만으로도 '터미네이터 3'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3편에서는 기계들의 감시체제 스카이넷의 심복인 여성 사이보그 T―X(터미네트릭스)에 맞서 존 코너를 보호하는 T―800으로 나온다. 양 어깨에 인류의 운명을 걸머진 그의 운명은 가혹하다. 전편보다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된 여성 사이보그 터미네트릭스(로켄)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로켄을 일러 "나를 휘둘러 대는 무시무시하고 섹시한 머신"이라고 했고 로켄은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에너지로 그는 내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다"고 화답했다.
56세의 나이에도 완벽한 몸매를 가꾼 비결을 묻자 파안대소하며 "고맙습니다만 제 나이는 55세입니다"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터미네이터 의상인 가죽 재킷을 다시 입는 순간 감격스러웠다. 이 가죽 재킷은 나의 인생과 영화에서의 성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나와 T―X, 두 거대한 기계가 화장실 바닥을 쑥밭으로 만드는 싸움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꼽기도 했다. 그는 촬영 6개월 전부터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트레이닝을 하며 12년 전의 영광 이상을 넘어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토바이 사고로 갈비뼈 6대가 부서지는 것을 비롯, 촬영 중 입은 숱한 부상도 그의 열의를 막지는 못했다.
오스트리아의 오지 출신의 미스터 유니버스였던 그는 영화 입문 후 어려운 이름과 무뚝뚝한 영어 발음으로 단역을 전전했다. 그러나 '코난'(1982)과 '터미네이터'(1984) 이후 20년 동안 그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지배했다. 미국 이민, 영화배우로서의 성공, 케네디 가문 여성과의 결혼이라는 꿈을 모두 이룬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첫 주급으로 30파운드(약 6만원)를 받던 그는 지금 무려 3,000만달러(약 360억원)의 개런티를 받는다.
/도쿄=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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