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식품제조회사인 크래프트 푸드사는 1일 제품 크기와 칼로리 함량을 줄이고 학교 내 마케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비만과의 전쟁'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조치는 식품회사들이 제품판매에만 급급해 소비자들을 비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며 관련 소송까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다른 거대 식품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레오' 과자, 필라델피아 치즈 등으로 유명한 크래프트사는 이날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 위원회를 구성, 1인분 제품 크기의 상한선을 정하고 이에 맞춰 크기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 영양소 기준을 정해 비만의 원인이 되는 지방 또는 당분 함량을 낮출 예정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어린이들의 무분별한 제품 섭취를 막기 위해 학교에 대한 제품 무상공급이나 후원, 광고 등 교내 마케팅을 전면 금지하고 교내 자동판매기 품목을 재검토하게 된다. 또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 전반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무리한 판촉 활동을 자제할 계획이다.
마이클 머드 대변인은 "이 같은 조치는 비만이 전 세계적인 건강상 위협이라는 인식아래서 취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조치가) 소송 원고측 변호사의 힘을 빠지게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밝혀 소송에 대한 우려가 배경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크래프트사는 올해 초 오레오 과자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제품의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당했다.
크래프트사의 조치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담배에 이어 패스트 푸드 등 식품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 산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식품회사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크래프트사는 잇따른 소송으로 곤경에 처한 거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와 같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비만 청소년들이 낸 소송을 치르고 있는 맥도날드도 최근 햄버거 대신 샐러드 등 건강에 좋은 품목의 판매를 늘리는 식으로 비난 여론에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트사의 조치가 전략적인 굴복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비만과의 전쟁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은 2000년 기준으로 성인 인구의 65%가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갈수록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비만에 따른 건강 문제로 인해 미국 고용주들이 지불하는 의료 비용이 연간 12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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