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대형 노조파업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노조에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극소수이지만 제한적인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기업까지 나타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민노총이 올해 노동계 하투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를 중심 사항으로 추진, 각 사업장별 단체협상에서는 이 문제가 노사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늘어나는 기업들의 투명 경영
외국기업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경영상 주요 정보를 노조와 공유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경영정보 공개는 비록 노조의 직접적인 경영참여는 아니지만, 그 첫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동부제강은 1990년 대 초까지만 해도 노사간 대치가 심했지만, 95년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며 투명경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는 9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건산업은 격월로 개최되는 노사협의회에서 노조대의원 전원과 최고 경영자가 참석, 자유토론 방식으로 경영전반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외국기업에 있어 투명경영은 한국 노조를 설득하는 핵심적인 수단. 98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임원회의에 노조 관계자의 참석을 허용하고, 전 직원에게 경영성과 등 전반을 문서로 공개하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분기마다 회사 재무제표, 경영실적 등을 비디오로 제작, 전직원에게 알리고 있다.
경영참여는 아직 멀어보여
노사가 경영참여를 합의한 경우는 아직 드물다. 경영난에 처한 한국합섬이 3일 노조가 일부분 경영에 참여 하는 방안을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노사는 '사외 감사에 노조원이 참여한다'는데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를 계속키로 해 경영참여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노총 관계자는 "한국합섬 이 외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구조조정 등 특정 사안에 대해 노조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의 경영참여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추진 중인 경영참여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의 직접적인 방법 보다는 근로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에 관계되는 부분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재계는 제한적인 경영참여를 허용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현대차를 꼽는다. 현대차는 2001년 단체협상에서 생산직 근로자의 부서간 또는 생산라인간 전환배치 시 노조의 동의를 거치고 신규 생산차종 투입결정과 생산 방식을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특히 다른 회사와의 합병, 공장 이전 등 고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노조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노조의 경영참여는 투명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장점이 있지만,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노조의 경영참여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 결국 도산했다"며 "노조의 경영 참여 보다는 투명경영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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