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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세여자 시원한 육탄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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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세여자 시원한 육탄공세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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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인기 TV시리즈인 '헐크'를 봤던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떠 올렸을 법하다. 다 좋은데, 헐크의 스판 바지는 왜 찢어지지 않는 거지? 리 안 감독의 블록버스터 '헐크'를 보면 그런 의문은 다 달아나 버린다. 여기서 헐크는 엄청나게 크다. 소심한 과학자가 분노하면 괴물 헐크가 되는 변화가 화끈하다. 헐크는 그저 몸 좋은 영웅이 아니라 사막을 겅중겅중 뛰고 군대를 상대할 만큼 엄청난 괴력을 지닌 존재다. 프랑켄슈타인 모티프에 기초한 헐크, 이 초록빛 야수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노라면 킹콩이 떠오른다.어떤 소재의 영화를 찍어도 뚱땅거리며 최고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낸 리 안 감독도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 앞에선 좀 헷갈렸나 보다. 특수효과의 성패가 중요한 대작에서 볼거리의 요구에 밀리면 리 안처럼 재능 있는 감독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후반부의 스펙터클을 지탱할 주제를 잡느라 영화 '헐크'의 초반 상당 부분은 질질 늘어진다. 주인공 과학자 브루스가 왜 헐크가 되는지를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별 얘기도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유약한 남자 주인공은 불행한 가족사와 잔인한 사회라는 이중 구속에 갇혀 괴물 헐크가 된다는 사연이다. 브루스가 헐크로 변할 때 두려움만큼이나 매혹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는 이 두려울 것 없는 괴물 영웅 헐크가 신나게 세상과 맞서는 스펙터클로 꾸며진다. 이 현대판 헐크에게는 카리스마가 없다. 특수효과로 꾸민 '디지털 헐크'는 정상인 상태의 브루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고 민첩한 나머지 심지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간혹 슬픔과 풍자의 기운은 느껴진다. 마음속에 지닌 불안을 끊임없이 외부로 확장해 힘을 행사하려는 '슈퍼 아메리카'에 대한 은유를 이 괴물 영웅 헐크에 투사했기 때문이다.

'미녀 삼총사' 속편(사진)은 비평을 초월한다. 그냥 보면 된다. 영화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초현실적 액션의 볼거리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사족을 다는 것은 입만 아프다. 세 여자는 여전히 수다스럽고 섹시하며 잘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느라 동분서주한다. 거기에 나이를 초월한 육체적 매력이 있을 수 있다고 시위하는 데미 무어까지 가세해 눈이 어지럽다. 1편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는 남성 영웅을 모방하는 차원을 넘어 여성적 매력을 자아도취적으로 과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몸 전시장이다. 도발적이지만 뭐 그렇다고 전복적 차원까지는 아니다. "우리는 이런 몸으로 스크린에서 매력을 판다, 당신들의 느낌은 어때?" 하는 물음을 받는 기분이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굳이 찾아 다니며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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