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마시면 영생을 얻는 샘물이라는 설정은 꿈 같은 얘기지만, 일단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터크 에버래스팅'은 1975년 나탈리 배빗의 동화를 바탕으로 요즘 영화치고는 보기 힘들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영화는 두 집안을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 집안은 꽉 죄는 코르셋과 바흐의 피아노 곡으로 상징되는 중산층 집안이며, 또 다른 집안은 수수하고 투박한 숲 속의 터크네다. 위니 포스터(알렉시스 블리델)는 먼 곳에 떨어진 엄격한 사립학교에 보내 현모양처를 만들겠다는 부모 생각이 영 마뜩찮다. 집 주위의 숲을 거닐다가 길을 잃은 그는 앵거스 터크(윌리암 허트)의 가족을 만난다. 모두 100살을 넘긴 사람들이지만 샘물을 마실 당시의 나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위니는 터크네의 동갑내기 둘째 제시(조나단 잭슨)를 보고 단박에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영원의 샘물을 둘러싼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개입하면서 터크네와 위니는 곤경에 처한다.
영원한 삶이 가능할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질문은 의미심장하지만 영화는 질문에 걸맞는 폭과 깊이를 보여주진 못한다. 노란 코트를 입고 어슬렁거리는 벤 킹슬리는 죽음의 신을 의인화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박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결국 기대에 못 미친다. 여주인공이 삶과 죽음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도 선명하지 않다. 대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호수를 펼쳐 놓는다. 'Tuck Everlasting'. 11일 개봉. 전체관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