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하느님은 뭐하는 거야" 이런 말을 내뱉은 뒤 삐삐가 울린다면 반드시 전화를 해보라. 혹시 조물주가 호출을 했을지도 모르니까.마치 시소를 타듯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개인기'를 다져온 짐 캐리.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마스크' '라이어 라이어'처럼 짐 캐리의 코믹 연기를 배부를 만큼 맛 볼 수 있는 영화다.
신이 휴가를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랭크 카프라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의 'It's A Wonderful Life'(1946)에서 너무 지친 천사가 잠시 딴 짓을 했듯 '브루스 올마이티'의 신(모건 프리먼)은 일주일간 휴가를 가버린다. 투덜거리며 하늘이나 욕하는 브루스 놀런(짐 캐리)에게 전지전능한 힘을 빌려 주고 말이다.
브루스가 공연히 투덜거린 것은 아니다. 지방 방송 리포터인 그는 허섭한 화제나 발굴하다가 앵커 자리를 얄미운 동료에게 빼앗겼고, 생방송 도중에 방송사를 욕했다는 이유로 쫓겨난다.
얄미운 녀석들에게 복수를 하고 특종을 챙겨 앵커 자리를 탈환하지만 그에게는 곧 고민이 생긴다. 세상 사람들의 기도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이 된 것이다. 여기에 동료 앵커와의 사이를 의심한 애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가 떠나면서 브루스의 생활은 엉망이 된다.
다이어트로 한결 날씬해진 짐 캐리의 개인기는 전성기로 되돌아간 느낌. '기브 미 스푸우우우운"하면서 입에서 스푼을 쑥 꺼내는 장면, "당신이 신이면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말한 브루스의 얼굴이 곧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변하는 장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파트 창문 앞에 뜬 달을 끌어 당기고, 북두칠성을 찍어 넣는 장면은 짐 캐리가 마임과 언어 개그를 얼마나 적절히 운용하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기독교와 관련한 재미있는 해석이 많다. 신은 '옴니 프리젠트사' 수위겸 청소부 겸 사장이고, 개개인의 신상 정보는 겉보기엔 초라하지만 한없이 늘어나는 서류함에 빼곡이 들어있다. 간디는 하느님을 만난 충격으로 3주간 단식을 했고, 중세 시대의 '암흑 시대'는 신이 장기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발생한 일이었다.
'신은 돋보기를 쥔 악동이고, 나는 신의 장난에 타죽는 개미'라던 브루스가 악동처럼 장난을 치다가 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이 결론이지만, 선교 영화 같은 지루함은 없다. 이야기 흐름이 진부한 게 사실이지만, 탄탄한 연기와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그런 불만을 품을 겨를이 좀처럼 없다. '매트릭스―리로디드'가 개봉 2주일 만에 2위로 내려 앉은 것은 이 영화 때문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멜로 드라마 '드래곤 플라이'로 체면을 구겼던 감독 톰 세디악이 '에이스 벤츄라' '너티 프로페서'를 만든 전성기의 코미디 감각을 되찾은 것 같다. 1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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